[제주 바다보호 더는 미룰수없다] (5)제주 바다에도 곶자왈이 있다

[제주 바다보호 더는 미룰수없다] (5)제주 바다에도 곶자왈이 있다
수많은 동식물들이 모여 만드는 제주 바닷속 곶자왈
  • 입력 : 2023. 06.26(월) 00:00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화산 폭발로 만들어진 바위 해안… 동식물 분포대 뚜렷
수중생태계를 유지하는 역할 '피복성 저서동물 군집'
온대 해안 생태계, 연간 수조 원의 생태계서비스 제공

[한라일보] 제주도 곶자왈에 대한 여러 가지 정의가 있으나 종합해 보면 '화산활동에 따른 용암의 다양하고 불규칙하게 얽혀 쌓인 곳으로 크고 작은 나무들과 덩굴 따위가 엉클어져 수풀을 이루는 곳'을 말한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동·서가 서로 다르게 발달했다고 하니 특이하다. 제주환경자원연구소의 송관필 선생은 "곶자왈처럼 제주도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적은 면적에 다양한 식물상을 가진 곳은 거의 없으며, 이러한 종 다양성은 매우 중요한 생물자원이다."라고 했다. 그래서 제주도에서는 민간단체와 전문가들이 함께 1990년대부터 곶자왈을 제주도 육상생태계의 전형적인 특징이자 상징으로 보고 꾸준히 보전 노력을 해오고 있다.

제주 바다의 전형적인 절벽은 아니나 그 특성을 잘 나타낸다. 바위 표면에 큰 해조류는 없고, 연성 산호를 비롯한 무수히 많은 동식물이 사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조은진 사진 제공)

홍색민꽃게가 살던 바위굴에서 살짝 나왔다. 굴 주변 바위에는 홍조류, 히드라충류, 멍게류, 해면동물, 이끼벌레 등이 가득하다. (조은진 사진 제공)



▶바위 해안이 절대 우세한 화산 바다

이 연재의 전편에서 제주 바다를 '화산 바다'라고 한 고광민 씨의 주장에 동의했다. 실제로 처음 화산 폭발 후에 용암의 흐르고 바위 형성 과정이나 고정된 구조는 지금의 바닷속이나 육지가 같았을 것이다. 만여 년 전 해수면이 크게 상승하면서 해수 운동과 파도 등의 풍화로 바위의 생김새가 일부 달라졌어도 암석의 본성은 다르지 않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제주도 해안은 기본적으로 바위 해안, 암석 즉 바위나 돌멩이, 기반암 등으로 구성된 해안일 수밖에 없다. 일부 모래 해안은 제주도 해안이 안정된 이후 해수의 움직임에 의해 얕은 해안에 모래가 퇴적된 것으로 그 기저에는 바위가 있다.

바위 해안은 바닷물 운동에 직접 영향을 받아 대부분 거칠고 혹독한 환경을 가진다. 또 조수 간만의 차이가 있는 곳에서는 물이 상하 왕복으로도 움직이는데 이때 생물들은 강하게 발생하는 조류에도 버티어야 한다. 태풍이 불어오면 바닷속 일부 생물들은 엄청난 재해를 맞이한다. 이 연재 두 번째 편에서 마치 수중 절벽 표면을 면도하듯이 깎아낸 것 같은 수중 사진에서 그 현장을 볼 수 있다. 바닥의 바위들이 떠오르고 내리면서 벽을 한동안 쉴 새 없이 두드린 결과다. 태풍 직후 물속에 들어가 보면 해저에 놓여 있던 큰 바위들이 위치가 달라져 있고, 바위에 붙어 있던 해조류나 연성 산호들이 무수히 탈락해 있는 것을 보고 놀라곤 한다. 바위가 서로 부딪치며 그 위에 붙어서 살던 저서동물들은 죽거나 떨어져 나간 것이다. 이때가 어류들에겐 대목이다. 사체를 먹으려는 물고기들이 떼를 이룬다. 물고기들을 보려면 이때가 최적의 시기이다.

두 번째로 바위 해안의 특징은 동식물의 분포대가 뚜렷해서 조간대의 조위와 수심에 따라 잘 드러난다. 이를 대상분포(帶狀分布)라고 한다. 띠 모양으로 층을 이루어 분포한다는 뜻인데 물이 들락거리는 조간대 하부와 조하대 최상부에는 따개비 층이 나타나고, 그 아래로는 잎이 큰 감태 같은 갈조류들이 번성한다, 수심이 더 깊어지면 상대적으로 아주 작은 크기의 홍조류가 늘어나는데 제주 바다에서는 연성 산호들도 많아진다. 물론 층은 서로 중복되기도 하고, 분포 폭은 햇빛이 잘 비치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 그리고 바위 표면의 경사도와 파도의 세기에 따라 생물의 분포 양과 폭의 차이가 난다. 제주 바다에서는 빛이 들지 않는 직벽일 때 수심이 5m 정도부터 연성 산호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면 빛이 잘 드는 곳에서는 15m에서 20m까지 갈조류가 숲을 이룬다.

바위틈에 난 작은 구멍은 베도라치류가 좋아하는 서식 장소다. 이곳에서 먹이도 구하고 알도 낳는다. (조은진 사진 제공)

오른쪽 연성 산호 위쪽에 살아있는 굴들이 보인다. 바위 표면에 덕지덕지 붙어서 수많은 다른 생물이 살아가거나 숨는 공간을 마련한다. 굴과 같은 조개류, 멍게류, 해면류는 물을 여과해 먹이를 찾는 동물들로 수질 정화에도 이바지한다. (강동완 사진 제공)

▶수중 생태계를 유지하는 생물 공장

세 번째로 띠 모양(대상)으로 분포하는 우점 생물들이 다른 생물들에게 도움을 주는 역할이 있다. 일차생산자인 해조류의 잎은 일차소비자인 전복을 비롯한 고둥류, 성게 등의 먹이가 되기도 하고, 무수히 많은 작은 생물들 특히 옆새우류나 작은 석회관갯지렁이류 등의 서식지가 된다. 그래서 해조 숲은 물고기가 먹이를 찾으러 다니는 장소이자 일시적인 피난처가 되기도 한다. 감태 등 해조류의 큰 부착기(육상식물의 뿌리와 달리 바위 표면을 단단히 붙드는 기구) 덩이 속에는 갯지렁이나 작은 조개 등이 산다. 사람들은 눈에 잘 띄는 생물들이 많은 이 분포 층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하지만 정작 제주 바다에서 생물다양성이 가장 높은 곳은 그 아래층이다. 엄청 높은 것은 분명하나 아직 연구가 부족해 구조를 잘 모르고 있을 뿐이다.

제주 바다만이 아니다. 저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독도나 가거도, 거문도 등 남해안 10개 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해조류 때문은 아니다. 여러 종류의 작은 해조류와 어울려 군집을 구성하고 있는 우리가 잘 몰랐던 세계가 있다. 바위 표면이나 벽에 바짝 붙어서 사는 '피복성 저서동물 군집'을 말한다. 저자가 명명한 것이지만, 말이 어렵다. 바닥에 사는 저서동물들이 바위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뒤덮는 동물들의 군집을 말한다. 보통 '굴 군집'이라 부른다. 이곳에 사는 수많은 저서동물과 함께 '초'와 같은 중요한 기능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초는 열대 산호초의 '초(礁)' 자로 생물들로 인해 생긴 암초라 보면 된다. 최근 온대해역에서는 '홍합초'나 '굴초'의 기능에 주목하고 있다. 초들은 수질을 정화하고 어린 어류나 해양동물의 보육원 역할을 하며 수많은 작은 생물들의 서식지가 된다. 그러므로 해당 수중생태계를 지탱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제종길 한국종합환경연구소 수석위원·제주바다포럼 고문

▶수중 곶자왈의 기능을 잘 이해해야

제주 바다에서는 연성 산호로 인해서 굴 군집이 가려져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군집이 있는 곳의 암반은 수많은 홈과 틈이 있고 그곳에 사는 생물들이 만드는 미소 서식지가 수없이 많다. 그러니 사는 생물들도 많을 수밖에 없다. 기능까지 다양하다. 이곳을 수중 곶자왈이라 불러도 되지 않을까? 베이던 러셀(Bayden Russell)은 2020년 한 논문에서 전 세계 온대 해안 생태계는 연간 수조 원의 생태계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했다. 수중 곶자왈의 생태계 가치도 한번 따져 보자. <제종길 한국종합환경연구소 수석위원·제주바다포럼 고문>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9054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