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올해도 도내 문학인들이 열정을 불태운 창작활동의 결실을 부지런히 전해오고 있다. 지난 봄부터 도착한 문학지와 작품집들을 모아 소개한다.
혜향문학회는 창립 10주년과 함께 '혜향문학' 제20호(2023년 상반기)를 펴냈다.
이번 호에선 조명철 초대회장과의 특집 대담 '혜향문학 10년, 묻고 답하다'를 통해 혜향문학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새겼다. 또 무오법정사 항일운동을 소재로 한 작품을 특집으로 다뤘다.
혜향문학회 오영호 회장은 발간사에서 "대면 문화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지만 오랫동안 갇혀 있던 사고가 속히 풀리기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며 "사회생활의 빠른 회복을 위한 일환으로 문인들의 창작한 꽃향기를 전달하고자 '혜향문학' 20호 닻을 올린다"고 전했다.
돌과바람문학회는 '돌과바람문학' 열두 번째 작품집(2023년 봄호)를 발간했다. 이번 호에는 회원들의 시 75편, 동화 2편, 콩트 2편, 단편소설 2편, 수필 7편, 논단 2편 등 다양한 장르가 수록됐다.
무분별한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제주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하는 권두 에세이 '다시 읽는 인디언 추장 시애틀의 편지'와 조선시대 후기 제주에서 일어났던 '양제해 모변사건의 진실'을 다룬 논단 등이 눈길을 끈다.
돌과바람문학회 양영길 회장은 "해마다 봄호와 가을호로 나눠 창작물을 발표하는 만큼 발간 시기에 따른 특성을 살리는 한편 회원들의 부단한 창작활동을 통해 매 호마다 제주의 과거, 현재, 미래를 담아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19년 결성된 '바람집 사람들'은 올해 첫 동인지 '바람집 사람들'을 묶었다.
지난 봄 황금알 시선집으로 출간된 '바람집 사람들'엔 양시연, 김미영, 김현진, 강경아, 고순심 회원 작품이 담겼다. 이승은 시인과 함께한 시인초대석을 비롯 한림화 작가와의 대담, 김미영 시인의 시세계를 리뷰한 강영란 시인의 시평도 실렸다.
'바람집 사람들'은 시조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리라는 믿음으로 시작됐다. 편집후기엔 "동인지 창간으로 움츠러드는 바람집이 아니라 당당히 교류하는 바람집이 되고자 한다"는 결연한 의지를 담았다.
제주어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소도리쟁이'는 지난 일년 간의 활동으로 다져진 일상에서의 사유를 제주어로 만든 시와 수필들로 가득 채운 작품집 '쿰은 날 쿰은 꼿'을 최근 펴냈다.
제주어가 낯선 독자들도 읽을 수 있도록 제주어 작품마다 표준어로 해석해 함께 실었다.
소도리쟁이 손이자 회장은 '발간에 즈음하여'에서 "회원 중에는 글쓰기 작가도 더러 있지만, 오로지 제주어 사용에 관한 관심으로 인해 처음으로 글쓰기를 시도하신 회원분들의 참여가 더해져서 만들어진 작품집"이라며 "그렇기에 조금은 부족하고 어색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제주인의 강인한 삶과 옛 추억을 되새기는 기회가 되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손 회장은 "어떤 이는 사라져가는 제주어를 왜 공부하느냐며 의아해하기도 하지만, 제주 사람, 제주 문화, 제주 풍속, 제주의 얼을 속까지 들여다보려면 제주어로 들여다봐야 진정한 제주 사랑이 아닐는지요"라며 "제주어를 알아야 살아 숨 쉬는 제주, 살아있는 제주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