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교육복지사 선생님, 교실에 좀 와 주실 수 있어요?"
다급한 담임선생님의 전화로 하루를 시작한 날이었다. 학생이 무엇에 화가 잔뜩 났는지, 주변을 향한 험한 말과 행동이 이어지고 담임선생님은 학생을 진정시키는 반면, 다른 학생들 마음을 살피느라 진땀을 빼고 있었다. 겨우, 학생의 마음을 살피며 일단 교실에서 함께 나와 운동장을 걷고, 교육복지실로 가서 잠시 숨을 고르던 그날. 반성했다.
"담임선생님은 하루 종일 수업하고 생활지도를 하면서 학생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인데 학생의 마음을 헤아리고, 학급을 이끄는 일이 그렇게까지 힘이 들까?"라는 무지했던 나의 생각에 대한 반성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학교 멈춤이 있었던 2020년 3월부터 현재까지 학교 현장에서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느린 학습자, 다문화, 불안·우울·스트레스·틱·자해 등 정신적 어려움 호소, 불안한 가정환경 등의 다양한 학생들과 학급에서 일어나는 돌발 상황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담임교사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학생들의 학교생활, 사회에 대한 신뢰, 진로 및 취업에 대한 전망 등에 대해 부정적으로 변화했다는 높은 응답과 행복감과 삶의 만족도에 있어서도 2017년 대비 2020년에 다소 감소했다는 연구를 통해 학생들의 어려움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다행인지 2017년부터 제주도교육청에서는 학생들의 복합적인 위기 요인에 따른 학생맞춤 교육복지 통합 지원 계획을 수립해 도내 모든 초·중·고등학교에 학생맞춤통합지원팀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학생맞춤통합지원팀은 학교 내 교육복지 지원 조직으로 교감을 중심으로 기초학력, 다문화·탈북, 정서위기, 학교부적응, 취약계층의 업무 담당자 간 협력과 지역기관 연계를 통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생에 대한 즉각적이고 유기적인 개별 학생 맞춤 지원을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제주도교육청에서 시작된 교육복지 체계는 올해 교육부 국정과제 '학생맞춤통합지원 체계 구축'으로 지정돼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고, 최근 김병욱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학생맞춤통합지원법안'제정을 추진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학생맞춤통합지원법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을 조기 발굴하고 기관별, 사업별로 분절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정책을 연계해 학생의 상황에 적합한 맞춤형 통합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 모든 학생의 전인적 성장과 교육권을 보장하는 데 의의가 있는 것으로, 적극 환영하는 바이다.
학생의 성장을 중심에 둔 지속적인 논의를 위해서는 우선 제주도청의 아동·청소년정책과 제주도교육청의 교육복지정책이 함께 협의돼야 한다. 예산, 인력, 공간 활용, 역할 분담 등에 대한 혁신적인 협의 체계가 필요하다. 또한 CYS-Net(지역사회 청소년 통합지원체계)와 교육지원청 단위 교육복지안전망의 공유, 협업 방안을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미 갖춰진 정책과 추진체계에 대한 홍보 부족과 비효율적 운영으로 현장에서 역할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접하고 있기 때문이다.<오지선 중문초등학교 교육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