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에 들어오면서 수시로 듣는 말이 "공직자는 항상 고객에게 친절해야 한다"였다. 하지만 민원인에 대한 방어적 태도와 과중한 업무에 빠른 처리에만 급급했다. 내 마음은 돌처럼 점점 굳어져만 갔다.
그러던 어느 날 긍정적이지 않은 답변을 듣고 돌아가는 어르신의 축 쳐진 뒷모습을 보며 얼마 전 내 모습이 떠올랐다. 친구와 동행했는데 민원을 처리하는 친구는 위축돼 있었고 내가 대신 직원분에게 질문을 했다. 그러나 무미건조한 단답형 답변에 말문만 막혔었다.
어르신도 마찬가지였으리라. 더구나 방어적 태도로 업무의 답변을 하는 젊은 공무원 앞에 어르신의 어깨는 축 처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나마 이 공간에서 기댈 곳은 복지창구였을 텐데 말이다.
순간 너무 죄송했다. 상담 내용을 되새기며 부가적인 다른 서비스라도 연결해 드렸다. 원래 기대한 만큼의 지원은 아니었지만 얼굴은 환해지셨고 고맙다고 하셨다. 서비스 외에 '공감'이란 영양제가 더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 후 다양한 고객들에게 먼저 차 한 잔을 드리고 말씀을 들어드리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불만 민원이 줄고 민원 응대 시간이 짧아졌으며 여유도 생겼다. '차 한잔의 마술'이다.
어렵게 찾아오시는 고객분들에게 높아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닌 그나마 낮은 문턱이 되고 싶다. 나의 주된 업무가 복지파트다 보니 나를 통해 지원되는 서비스는 그분의 인생에 매우 중요한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경아 서귀포시 주민복지과 기초생활보장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