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민의 책과 함께하는 책읽는 가족] (6)이규보의 화원을 거닐다

[서귀포시민의 책과 함께하는 책읽는 가족] (6)이규보의 화원을 거닐다
"그저 예쁜 것 넘어 나만의 이야기 담은 정원 꿈꿀 수 있길"
  • 입력 : 2023. 08.25(금) 00:00  수정 : 2023. 10. 26(목) 18:44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한라일보] 사계절을 지나며 우리가 만나는 꽃과 나무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까? 조경 기사인 저자는 고려의 대표 시인 이규보가 사랑한 꽃과 나무를 하나하나 살피며 그의 시를 소개하고, 각각의 특성과 고사, 키우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 한다. 800년 전 이규보가 살았던 시대로 시간 여행을 떠나 그가 가꾼 화원을 함께 거닐며 시와 식물의 예술 세계에 빠져보길 권한다.

<홍희창 지음, 출판사 책과나무>



▶대담=김용선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

▷책 읽는 가족 =부부 건축가 강정윤·이창규씨(에이루트 건축사사무소 대표).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어울리는 공간을 늘 고민하는 동료이자 친구 같은 부부.



김용선 위원(왼쪽)이 8월 책읽는 가족으로 부부 건축가 강정윤·이창규씨를 만났다.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제공



▶김용선(이하 김) : 바쁘신데도 서귀포시민의책읽기 대담에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규보의 화원을 거닐다'라는 책을 추천받고 읽은 소감이 궁금합니다.

▷강정윤(이하 강) : '이규보의 화원을 거닐다'라는 책 제목에서 많은 꽃과 나무가 어우러져 있는 정원, 화원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아는 고려시대의 역사적 인물인 이규보에 의해 역사적인 측면에서 식물에 관한 이야기일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은 꽃과 나무를 통해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어 이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책 속에 소개된 꽃과 나무의 유래와 특징, 시, 그림, 그리고 식물과 관련된 재미난 에피소드를 읽게 되면서, 꽃과 나무를 소개하는 하나의 인문학적 식물도감 같다는 생각이 들며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만약 이 책을 먼저 읽었더라면, 과거 설계했던 조경에 수종이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창규(이하 이) : 이규보라는 역사적 인물 때문이었는지 모르지만 소개하고 있는 꽃과 나무에 대한 내용이 전통적이며 역사적인 관점에서 많은 부분이 서술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이규보가 좋아했던 꽃과 나무와 관련된 시와 그림들을 보면서 그 시대 문인들의 풍류를 느낄 수 있었고, 시대마다 식물을 보는 관점이 조금 다를 수 있겠다고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 : 제주에서 집 또는 건물을 직접 설계하면서 특별히 평소 갖고 있던 조경에 대한 철학이 있습니까?

▷강 : 서울에 있는 집을 설계할 때의 조경은 주어진 땅 안에서 아름다운 집을 짓기 위한 서비스 같은 공간이라면, 제주는 너무나 좋은 풍광을 갖고 있어서 건물에 대한 고민보다는 땅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특히 조경을 고민할 때는 뛰어난 풍광 속에서 집 내부에서 사계절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정원을 만들어 드리고 싶습니다.

▷이 : 집을 설계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 중의 하나는 공간을 다 채우기보다는 비워진 공간을 남겨 두려고 합니다. 비워진 공간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여유를 주기도 하고, 다양한 상상의 것들로 채워질 기회를 주기도 합니다. 조경을 계획할 때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많은 식물로 채워진 완성형 정원이 아닌, 햇빛이 들면서 공간을 보이게도 하고, 그늘도 지게 하면서, 식물들이 매년 성장하며 채워질 수 있는 공간을 남겨두는 것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김 : 말씀하신 것처럼 탁월한 제주의 자연환경 안에서 돋보일 수 있는 나만의 정원을 갖게 된다는 것은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이 : 맞습니다. 그런 부분이 고민이다 보니 저희는 지역의 오래된 지혜를 발견해서 적용하여 집의 공간마다 외부 자연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나의 앞마당과 느슨한 공유가 이루어질 수 있는 따듯한 정원, 창 너머 풍경이 예쁜 집, 그런 정원을 만들어 드리고 싶습니다. 어쩌면 이 책을 읽고 난 후 지금은 보여지는 정원만이 아니라 꽃과 나무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의미와 가치를 함께 드릴 수 있는 그런 풍요로운 정원을 만들어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 : 평소 좋아하는 꽃이나 나무가 있습니까?

▷강 : 어릴 적 동네 아파트 단지에서 맡을 수 있었던 라일락 향기의 기억 때문인지 천리향, 만리향 같은 달큼한 복숭아 살구 냄새가 나는 금목서, 은목서를 좋아합니다. 꽃은 장미나 튤립처럼 분명한 형태를 보이는 꽃보다는 산수국이나 실 목련, 안개꽃처럼 보슬보슬하게 핀 꽃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이 : 저는 크게 화려하지 않고 수수한 제주산수국을 좋아합니다. 특히 약간의 경계 없이 바람에 흩날리며 다른 꽃과 잘 어울릴 수 있는 호스타나 글라스, 갈사초도 좋아합니다.



▶김 : 그렇다면 혹시 책에서 소개되었던 꽃과 나무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이 있습니까?

▷이 : 저는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버드나무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봄을 알리는 나무로 알고 있어서 새로움, 시작, 생명력 등 이런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버드나무는 화려하지 않은 것 같지만 실제 물에 비친 버드나무의 반짝임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수수한 가운데 무언가와 함께하면서 또 다른 새로운 매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나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는 이별을 상징하는 나무로, 사람을 배웅하고 헤어질 때 버드나무를 꺾는다는 내용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김 : 책 중에 임금님의 하사품이었을 만큼 귀한 귤나무가 소개됩니다. 두 그루만 있어도 대학 학비를 벌 수 있어서 '대학 나무'라고 불렸다는데요. 특히 우리 제주에서 감귤나무는 의미 있는 나무라고 생각됩니다. 특히 귤꽃 향기는 깜짝 놀랄 만큼 매력적이며 달콤한 향기를 품고 있는데요. 제주에서 태어나 성장한 이 소장님에게 감귤나무는 어떤 의미의 나무입니까? 혹시 감귤나무의 향기가 과거와 지금 어떻게 느껴지시는지 궁금합니다.

▷이 : 유년 시절의 감귤나무나 감귤꽃 향기에 대한 기억은 익숙해서일까요? 어릴 때 흔하게 볼 수 있고, 늘 맡은 향기이기에 감귤나무에 대해 잘 인식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향기에 대해서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육지 생활 후 제주에 다시 돌아오면서 감귤꽃 향기가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은은한 감귤꽃의 향기가 너무나 기분 좋아졌습니다. 가까이에 있어서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한 발짝 뒤로 물러섰을 때 진짜의 모습들이 잘 보여지는 것처럼 감귤나무의 가치와 향기도 다르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김 : 오랜 역사 속에서 보면 꽃과 나무, 과일은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우리 삶을 더 풍요롭게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혹시 두 분에게 꽃과 나무, 그리고 그것들이 함께 있는 정원은 어떤 의미입니까?

▷강 : 저에게 정원은 나만의 일상에서 벗어난 안식처이며 행복을 느끼게 되는 장소입니다. 초록이 주는 편안함 속에 힐링을 선물 받기도 하고, 때론 폭발적인 자연의 변화를 통해 본능적인 삶에 대한 자연스러움을 확인하며 자연이 주는 행복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이 : 정원은 관찰하면서 사랑할 수 있는 곳입니다. 내가 심어놓은 꽃과 나무들을 매일매일 살피면서 각각의 식물마다 더 예뻐 보였던 시기를 기억하고 기다리면서 함께 했던 추억들을 떠올리며 더 사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김 : 어떤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까?

▷강 : 이 책은 고려시대의 이규보이기보다는 현재에 존재하는 이규보와 식물에 대해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고려시대에 심어졌던 나무와 꽃들이 이런 분위기였겠구나 하고 상상하게 되며 읽을 수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역사적인 부분과 식물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 : 저는 '나만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정원'을 만들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단순히 예쁘게 보이는 정원이 아니라, 식물마다 의미를 알고 자기만의 이야기를 더해서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정원을 만드는 데 이 책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정리=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7543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