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금탁의 백록담] 지속가능한 제주의 성장동력 무엇인가

[백금탁의 백록담] 지속가능한 제주의 성장동력 무엇인가
  • 입력 : 2023. 08.28(월) 00:00
  • 백금탁 기자 haru@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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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주말을 끼고 다녀온 '나 홀로' 출장은 힘들었지만 오랜만에 메말랐던 감성을 적시기에 충분했다. 출장은 성읍민속마을 정의현성 이설 600주년을 맞아 기획 취재를 위한 3박4일 일정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축성된 전남 순천 낙안읍성과 충남 서산 해미읍성을 활용한 역사·문화의 보전 사례 등 실생활부터 축제 개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대한 노력을 알기 위함이었다.

첫째 날, 항공편으로 제주를 출발해 여수공항을 거쳐 네 차례 버스를 갈아타며 낙안읍성에 도착했다. 이어 순천에서 1박을 하고 새벽기차를 타고 대전으로 향했고, 또다시 네 차례 버스를 갈아타며 해미읍성에 닿을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읍성 2곳을 찾아가는데 8번의 버스와 1번의 열차를 타야 했다. 무더위 속에 시내버스 1대를 기다리는데 1시간40분이 소요되기도 했다. 특히 낙안읍성을 잇는 대중교통편은 순천시외버스터미널에서 15㎞ 정도였지만 1일 투입되는 노선버스는 고작 5대에 불과했다. 게다가 버스는 동네 곳곳 마을 구석구석을 드나들며 운행시간만 1시간30분을 넘었다. 대중교통이 불편하니 관람객 접근성은 비례적으로 떨어졌다.

성읍마을처럼 읍성 내에 주민들이 거주하는 낙안읍성이 시사하는 바는 컸다. 낡고 비좁은 초가에서 거주하는 데 불편함이 크다는 주민 불만과 이러한 불편을 감수하지 않고 어떻게 문화재를 보전할 수 있느냐는 입장 차가 뚜렷했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해당 지자체를 포함한 행정에서의 관심과 지원 부족이었다.

송갑득 낙안읍성 명예별감은 "읍성을 활용한 관광산업이 1순위는 맞지만, 지자체의 관심 부족에 의한 '반쪽 문화재 복원'과 지역 경제 활성화 및 고용 창출이 아닌 볼거리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은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선거 때마다 바뀌는 지자체장의 의지에 따라 자신들이 제시한 공약 이행에 집중할 뿐이지, 문화재는 관심 밖의 일이라는 주장이다.

성읍마을의 '불편한 현실'은 이보다 심각하다. 문화재보호법에 묶여 아직도 마당의 수돗가에서 물을 길어다 먹고, 15평(49.5㎡) 내외의 비좁은 초가에서 살아야 한다는 점은 개선이 시급하다. 또한 성 밖 컨테이너에서의 생활, 화장실과 보일러실 등 불법 건축물에 대한 대체 문제와 체계적이지 않은 초가 복원사업 등의 문제들이 즐비하다. 그리고 한라산을 비롯해 세계자연유산, 지질공원, 각종 문화재 관리 등 제주도 행정에서 중요한 요소임에도 정치적·행정적 순위에 밀려 외면받는 제주세계유산본부의 업무 과중 등은 민선8기 1주년이 넘은 시점에서 업무 조정 등 심도 있게 들여다봐야 할 사항이다. 그 속에서의 불편함은 오롯이 도민의 몫이기 때문이다.

제주의 지속가능한 미래의 성장동력은 자연과 역사, 문화를 지키고 활성화 하는 데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여기에 경제 논리를 주장하며 행정·재정적 지원을 요구하는 도민들의 태도 변화 역시 중요하다. 반짝하고 스치고 지나는 지원책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제주만의 차별성·정체성을 가질 수 있는 정책 제안과 지원을 요구해야 할 때다.<백금탁 제2사회부장 겸 서귀포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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