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정의향교에서 초헌관을 맡은 김미자 서귀포수협 조합장 등 헌관들이 석전대제 봉행을 위해 대성전으로 향하고 있다. 이상국기자
[한라일보]매년 음력 8월에 공자 등 성현들의 학덕을 추모하는 제사인 추기 석전대제. 16일 오전 제주지역 3개 향교에서 일제히 공기(孔紀) 2574년 추기 석전대제가 봉행된 가운데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민속마을 정의향교에서는 특별한 자리가 마련됐다. '정의향교 이설 600주년 기념' 의미와 더불어 여성 초헌관이 첫 번째 잔을 올리는 석전대제를 집전했다.
이날 초헌관을 맡은 이는 여성 최초 3선 조합장 당선 기록을 세웠던 김미자 서귀포수협 조합장으로 아헌관 김광남(표선지회 훈장), 종헌관 김상윤(남원지회 훈장) 등 20여 명의 제관들과 정의향교 대성전에서 성현들의 정신을 기리는 제사를 지냈다. 김 조합장은 봉행을 마친 뒤 "정의향교 이설 60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에 초헌관으로 참여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면서 "정성을 다해 치르는 이 같은 석전대제에 여성들은 물론 청년들도 함께하면서 전통문화를 계승·발전시키고 세대를 뛰어넘어 도민 화합을 다질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고태오 정의향교 전교는 "올해는 정의향교에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해이고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는 시대 변화에 맞춰 내부 논의를 거쳐 처음으로 여성 초헌관을 외부에서 추대하게 됐다"면서 "앞으로 여성 유림 수도 한층 더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정의향교 이설 600주년 기념 추기 석전대제 헌관들. 맨 왼쪽이 김미자 초헌관. 이상국기자
한편 이날 제주향교 추기 석전대제 초헌관은 김일환 제주대 총장, 대정향교 초헌관은 이종우 서귀포시장이 각각 담당했다. 앞서 대정향교에서는 지난 2월 춘기 석전대제에 여성 유림인 성균관 전학이 사상 처음 초헌관으로 참석해 제례를 봉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