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형의 한라시론] 가족이란?

[유동형의 한라시론] 가족이란?
  • 입력 : 2023. 10.05(목) 00:00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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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추석 연휴라서 쉬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혼자 계시는 장모님을 위해서 근거리 여행 일정을 잡았다. 어머님을 보니까 나이가 드시면 빠르게 거동이 불편해져서 차도 못 타고, 여행도 못 하게 되는 것을 경험해서다. 근거리 여행지를 다니는데 갑자기 차가 덜컹거려서 긴급견인 서비스를 요청했다. 가족여행에 차가 고장 나니까 참으로 낭패였다. 10분도 안 돼서 견인차가 오고 가족들은 택시로 이동하고 나는 견인차를 타고 갔다. 차를 타고 가면서 기사님과 같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다들 명절에 쉬는데 24시간 대기하시는 것이 안타까웠다. 견인서비스 일에 대해서 얘기해 주시는 데 여러 가지 애로점을 말씀해 주셨다. 365일 24시간 항시 콜이 뜨면 달려가야 하니까 개인 시간이 없는 것이 제일 힘들다고 했다. 한 구역을 맡아서 일을 하시는데 수입이 700 정도이고 기름값 빼면 대략 500 정도 된다고 했다. 개인 시간이 없는 특성을 고려하면 그렇게 큰 수입은 아니었다. 이전에 여러 가지 일을 해봤는데, 아내가 일단은 지금 일을 그냥 계속하라고 해서 지금도 이 일을 한다고 했다. 아이는 아직 없고 맞벌이인데도 저축할 여유가 없다고 했다. 가장이 돼서 일을 하는 것이 숨이 막힌다고 했다. 가족의 가장은 반드시 돈을 벌어야 존재할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자신 같은 우리나라 남자들이 불쌍하다고 했다.

오래전에 노숙자분들 자활훈련을 했던 적이 있다. 우리가 서울역 같은 곳에서 지나가다가 만날 수 있는 그런 분들이다. '지저분하다' 이런 느낌을 받기도 하지만 깨끗하게 샤워하고 나면 우리 주위에서 만나는 그런 이웃들이다. 하지만 각자 여러 가지 사연을 가지고 그곳에 오게 된 분들이다. 이분들이 다시 보통의 삶으로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 직업상담, 직업훈련을 하는 일을 했다. 재기여부를 결정하는 한 가지 주요한 요인이 있었다. 바로 가족이었다. 특히 부양가족 여부가 중요했다. 자녀가 있는 경우는 쉼터 시설에 있는 것을 숨기면서까지 학비, 생활비를 보내는 것을 봤다. 성인이 되기까지는 어떻게든 뒷바라지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너무나 간절했다. 다른 분들은 하루 벌어서 술을 드시고, 담배를 사서 피우는데 이분들은 정말로 악착같이 돈을 모으셨다. 자립하시려고 1년에 몇천만원까지 모으시는 것도 봤다. 아들이 대학생 학비를 대기위해서 밤낮없이 일하셨다. 이분은 이렇게 1년 동안 기반을 마련해서 재기에 성공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버릴 수도 없고, 우리를 버티게도 하는 힘이 가족이었다.

긴급출동 기사님도 오늘을 사는 것이 힘들지만, 노년은 노년대로, 장년은 장년대로, 청년은 청년대로, 대학생은 대학생대로, 중고생은 중고생대로 하루 살아가는 것이 힘들기는 마찬가지 같다. 오늘 하루의 삶이 힘들 때 가족의 사랑스런운 말 한마디가 우리를 다시 힘내게 한다. 가족이란 무거운 짐이기도 하고, 나를 살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유동형 펀펀잡(진로/취업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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