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 한 걸음씩 나아가기 위한 작은 변화를 만드는 용기

[이책] 한 걸음씩 나아가기 위한 작은 변화를 만드는 용기
정예헌의 『꺾여도 그냥 하는 용기』
  • 입력 : 2023. 10.20(금) 00:00
  • 오은지 기자 ejo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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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스무 살 어린 나이에 가스라이팅과 폭력에 의한 최악의 연애로 얻게 된 마음의 상처, 그리고 오랜 고시공부로 인한 정서적 결핍, 가족과의 불화로 인한 스트레스가 외모에 대한 강박으로 이어져 결국 섭식장애의 굴레에 빠져버렸다. 그러던 어느 봄날 '햇볕의 마법'이 찾아왔다. 저자는 "봄바람이 겨우내 얼어붙은 것들을 녹이듯이, 내 마음도 3월의 햇살과 봄바람에 속절없이 무너지고 말았다"('본문' 중)고 했다.

변해야 한다는 다짐 속 식단일기를 기록하고 미술 심리치료를 시작하면서 치유의 과정에 들어섰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반복하는 '폭토'에 좌절감을 느껴야 했다. 그러다가 저자는 "더 이상 대가를 치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전혀 사랑스럽지 않은 내 모습 또한 나의 일부임을 인정하기로 마음먹었다."('본문' 중) 실패의 순간을 다독이며 나아가다 보니 작은 변화가 생겼고, 결국 섭식장애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저자는 "인생을 리셋하고 싶었던 가장 본질적인 이유는 내 인생이 최선이 아니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분명 더 나은 선택지가 널려 있었는데 그것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데서 오는 아쉬움이었다"('나가며' 중)고 말한다.

책 '꺾여도 그냥 하는 용기'(헤르츠나인 펴냄)는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마음의 병으로부터 자유를 얻는 방법은, '꺾여도 그냥 하는 용기'였음"을 전한다. 출판사의 소개글을 더하면 "섭식장애와 심리적 외상의 치유 과정에서 의지가 꺾였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게 작은 변화를 만드는 어떤 용기에 관한" 책이다. 저자는 심리적 외상에 의한 트라우마와 강박과 중독 극복 과정을 심리학적 해석을 곁들여 설명한다.

책은 크게 5부로 구성됐다. 저자는 '들어가며'에서 1부는 공시생 6년차였던 스물셋, 섭식장애를 자각하며 고통을 겪는 과정을, 2부는 스무살, 한 남자에게 심리적 지배를 당하며 외상을 입은 이야기를 담았다고 소개한다. 3부는 스물에서 스물넷 초반까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으며 섭식장애가 심화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4부에선 저자가 미술 심리치료를 시작하며 섭식장애의 굴레를 벗어나기 시작하는 이야기를, 5부에선 그 이후 마음이 단단해지고 삶을 긍정하게 된 이야기를 마주할 수 있다.

"무슨 일이든 결과가 어찌 되건 상관 없이 일단 부딪혀 보기로 했다. 최선을 다하면 괜찮아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려고 한다."('본문' 중). 정예헌 지음. 1만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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