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올해가 거의 끝나가는 이 시점에서도 머리를 떠나지 않는 말이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기준을 기존 1명에서 동시 2명으로 완화해 달라." 5월 31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정부에 제출한 건의서에 담긴 말이다. '1명'을 '2명'으로. 이 단어에 담긴 서늘함은 거리의 널려있는 망언, 혐오, 유언비어와 비교할 수 없는 현실적인 두려움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6일 발표한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현황'을 보면 올해 3분기까지 산업재해로 459명이 사망했고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인 50억 이상의 건설 사업장에선 97명이 사망했다. 제주에서만 올해 6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이렇듯 사람이 죽고 다치고 있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11월까지 검찰에 기소된 20여 건 중 7건의 판결이 이뤄졌다. 실형이 선고된 것은 1건(징역 1년)에 불과하고 나머지 6건에 대해서는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하지만 경영자 측은 과잉금지의 원칙 위반을 근거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정부 또한 경영의지를 위축시키는 법이라면 2024년까지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0대 초반, 공사장과 농장을 전전하던 시기가 있었다. 발에 못이 박히든, 사다리에서 떨어지든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다. 일당 10만원을 벌기 위해서는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10년이 지난 오늘, 부디 더 이상의 무도한 죽음이 없길 기원한다. <오소범 편집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