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다혜의 편집국 25시] 뭘 써야 할지 모르겠는 기자의 글

[강다혜의 편집국 25시] 뭘 써야 할지 모르겠는 기자의 글
  • 입력 : 2023. 11.16(목) 00:00  수정 : 2023. 11. 16(목) 14:18
  • 강다혜 기자 dh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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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아이들에게 묻는 대표적인 질문 가운데 하나로 '너는 꿈이 뭐니'가 꼽힌다. 한 인간이 더 나은 미래를 추구하는 데 원동력과 방향을 제공하고, 선택과 행동에 지침이 될 수 있다는 등의 거창한 의미를 압축한 말을 '꿈'이라 부르는 것도 같다. 나는 학생 때부터 선생님을 하고 싶다고 말하곤 했고, 친구들로부터 돌아온 반응 중 하나는 "좋겠다. 난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몰라"와 같은 부러움 섞인 말이었다. 그 친구에게 누가 돌을 던졌을까. 누가 자격지심을 심어줬을까?

고등학생들은 덩치도 클뿐더러 생각하고 말하는 품은 기성세대 어른들을 능가한다. 다만 아직 직업에 대한 정보와 자신에 대한 판단이 미흡한 고등학생이 "난 꿈이 없어"라는 고민을 털어놓는 것은 당연한 것을 넘어 독려받아야 할 일이다.

이러저러한 논란을 떠나 '고교학점제'라는 이름을 단 제도의 취지를 매우 긍정적으로 봤다. 똑같은 문제를 초단위로 풀고 한 개를 틀리면 전체 석차가 흔들리는 방식이 아닌, 대학에 들어가기 전부터 어떤 분야가 자신에게 적합한지 탐색해 볼 수 있는 방침이라고 생각해서다.

그래서인지 대입 개편안과 맞물리며 부푼 이러저러한 논란이 더욱 아쉽다. 선택의 폭을 넓히겠다는 방침에서 수능은 거꾸로 선택과목을 없애고 인문 자연 계열 구분 없이 공통적으로 배운 내용에서만 문제를 낸다고 하니, 꿈은커녕 눈앞의 시험에도 안 나오는 과목을 어떤 학생이 다양하게 듣겠나 싶은 것이다. 결이 전혀 다른 두 정책을, 그것도 뒤바뀐 순서로 이어 붙여 적용하는 것은 학생 입장에선 머리가 아플 성싶다. 안 그래도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왜 하필 '나 때' 대입 제도는 이렇게 자주 바뀔까?

전 국민의 관심사인 입시는 사회적 파급력이 막강하다. 그러나 어떤 개편에도 교육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명문 대학 인기 학과에 가기 위한 경쟁은 줄지 않고, 새 제도에 적응하느라 사교육비 지출은 늘어난다. 결국 '하고 싶은 일'보다 '가고 싶은 곳'을 먼저 생각하게 되고, '내가 하고 싶은 일'보다 '모두가 하고 싶은 일'을 추구하게 된다면 꿈은 희미해진다. 그런 학생이 "난 꿈이 없어",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라고 털어놓았을 때, 이 학생에게 누가 돌을 던질까? <강다혜 교육문화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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