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 오롯이 어승생오름, 긴 시간 품은 무수한 이야기

[이책] 오롯이 어승생오름, 긴 시간 품은 무수한 이야기
『어승생오름, 자연을 걷다』
  • 입력 : 2023. 11.17(금) 00:00
  • 오은지 기자 ejo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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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오랜 세월 수없이 많은 계절을 품어오는 사이 무수하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쌓였을 테다. 땅과 그곳에 뿌리내린 식물들, 숲을 터전으로 삼아 살아가는 동물들, 그리고 그 자연과 함께 해온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지금도 또 다른 새로운 이야기를 차곡차곡 얹고 있을 그 곳을, 어느 사계 동안 제주에 뿌리를 두고 있는 지질학자, 식물학자, 동물학자, 그리고 여행작가가 모여 함께 오르며 관찰했다. 그 기록이 책 '어승생오름, 자연을 걷다'(교보문고 펴냄)에 담겼다.

책엔 저자들이 연구한 어승생오름 이야기만 오롯이 엮였다. 제주에서도 손에 꼽힐 만큼 크고 오래된 제주의 생태계가 집약된 어승생오름을 직접 오르며 경험한 내용들과 문헌조사를 통해 밝혀낸 사실들이 자세하게 실렸다. 이니스프리 모음재단이 오름의 가치 보전을 위해 연구비를 지원했다.

지질학자는 제주 섬의 탄생부터 제주 오름의 기원, 그리고 어승생오름의 생성 과정에 주목하며 오름을 올랐고, 식물학자는 어승생오름에서 식물이 살아가는 방법에 주목했다. "동물과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자신을 내어 주었"던 오름의 식물들. 책의 세 번째 파트인 '식물이야기'에서 두 번째 이야기('아낌없이 나눔')는 "하지만 우리는 과연 이런 자연과 식물들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때다"라는 문장으로 끝맺는다.

동물학자는 오름을 오르고 또 내려오면서 만난 혹은 떠오른 다양한 동물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여행작가는 복잡다단한 인간사를 오름에 얹었다. 일제강점기 수탈의 대상이자 전쟁의 진지로 사용된 어승생오름, 그리고 근현대사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펼쳐보인다.

조미영 여행작가는 에필로그에 "잘 단장된 등산로에서 보아 온 건 극히 일부의 모습이었다. 아쉽게도 기록조차 많지 않았다. 우리가 늘 보아온 것과 다른 오름의 속내가 있듯 오름이 품고 있는 이야기는 훨씬 더 많았으리라.… 더 많은 사람들이 어승생오름을 기억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기록을 앉는다"라고 남겼다.

어승생오름의 탄생과 역사, 생태계와 의미를 만나볼 수 있는 책은 크게 5개의 파트로 구성됐다. 오름의 모습을 웅장하고도 섬세하게 포착해낸 36장의 사진과 29점의 세밀화가 더해졌으며, 사전지식 없이도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책장을 넘길 수 있도록 짜여졌다. 김은미·송관필·안웅산·조미영 지음. 1만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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