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차가 속도가 잘 안 나와서 수리를 좀 하려고 집 근처에 있는 차량정비소에 들렸다. 이곳은 택시기사분들이 주 고객이라서 그래도 제값에 수리를 해주는 곳이다. 정비기사 4명, 사무직원 2명 해서 총 6명의 일자리가 있다. 디젤차량이어서 엔진 흡입기 쪽이 늘 말썽이다. 배기가스를 재순환시켜서 엔진에 공급할 때 타르 덩어리가 흡입기를 막는 현상 때문이다. 오랜만에 정비했더니 거의 90%가 막힌 상태였다. 가속기를 밟아도 속도가 안난다고 생각했는데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이것저것 수리 했더니 100만원 정도가 나왔다.
이곳에 올 때마다 걱정되는 것은 바로 이곳에 일하는 분들의 일자리다. 오래 전에는 차량 부품 하나 하나 수리가 가능해서 정비사들의 일거리가 많았는데, 자동차 제조회사에서 모듈형태로 제작하면서 일이 좀 줄어들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자동차의 핵심인 기계엔진이 사라지고 전기모터로 대체되면서 정비사들의 일거리가 상당히 많이 줄어들 것이 당연하다. 가솔린, 디젤엔진 자동차 부품이 3만개 정도인데 전기모터 자동차는 부품이 2만개로 줄어든다. 테슬라로 시작해서 전기자동차가 점차 빠르게 보급되고 있는데 보급률이 더 높아질수록 정비사의 일자리는 급감할 것이다.
한국 자동차 전문정비사업조합 연합회 회원 300여 명이 지난 8일 '자동차정비업계 생존권 위협 저지' 집회에서 정부의 무리한 전기차 보급 정책을 규탄하는 집회를 했다. 이 일에 종사하는 8만여 명이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기차 보조급 지급으로 보급률이 크게 높아지자 일자리를 위협받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보조금이 아니더라도 더 광범위하게 보급될 것이다. 시기가 문제이지 이 분야 종사하시는 분들은 일자리에 대해서 매우 심각하게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 분야에 계신 분들이 전기차로 대체되면서 다시 생기는 일자리로 전직이 되면 가장 좋은 것이고 그것이 어렵다고 한다면 미리부터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부도 당연히 이분들에 대한 일자리 지원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고 당사자인 본인들도 적극적으로 대안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디젤엔진 흡입기에 낀 타르를 제거해주는데 25만원 정도를 받고 세척을 해주는 업체들이 있는데 이런 곳은 매우 심각한 매출 타격을 받게 되어있다.
전기자동차로 인한 정비업계뿐 아니라 대부분의 영역에서 AI, 로봇의 등장으로 기존의 일자리들은 매우 빠른 속도로 잠식당하고 있다. 핸드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갈 때 적응하지 못한 회사들은 몰락했다. 이와 같이 AI, 로봇, 전기차 등으로 인한 거대한 쓰나미가 일자리 시장을 덮치고 있다. 각자 위치와 여건이 다르기에 어떤 것이 대안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장환경을 보면서 대응을 해가야 한다. 하나가 사라지면 다른 한 곳에서는 하나가 생기기 마련이다. <유동형 펀펀잡(진로/취업컨설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