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얼마 전 서귀포상공회 주최로 경제토론회가 열렸다. 지역 농수산물의 가공 및 판매에 중추적 역할을 하며 이미 제주관광의 명소가 된 서귀포 전통시장, 여기서 파생된 경제효과를 서귀포 전 지역으로 확산시킬 방법은 없을까. 상공인이 함께 모여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 것이다.
토론회의 시작은 서귀포 인구변동과 산업별 부가가치 등 전반적 경제여건을 살펴보는 것으로 물꼬를 텄다. 이어 서귀포올레시장의 현황과 성공 요인을 분석하고 지역연계 확산 방안이 논의됐다. 서귀포올레시장의 성공요소는 상인회의 주체적 역량과 상인의식, 아케이트 돔 등의 전천후 시설, 주차장 설비와 다양한 먹거리, 지자체와의 유기적 관계 등이 거론됐다. 더불어 올레시장에서 이중섭거주지, 칠십리교, 새연교 등과 연결된 홍보기능의 관광안내센터 설치 운영과 정부 부처사업의 추적 및 활용으로 문화관광형 시장 육성 사업의 계속 선정이 경제효과 확대 방안으로 제기됐다.
그러나 서귀포는 12개 동과 3개의 읍, 2개의 면이 동서로 널리 퍼져있는 도농복합지역이다. 때문에 현재 서귀포올레시장의 인기가 높다하여 이중섭거리, 새연교로 이어지는 단일코스의 주변 활성화에만 집중하는 것은 제한적으로 보여 아쉬움이 있었다. 올레꾼들의 발걸음이 지속되고 있는 서귀포올레시장과 인근 원도심을 심장부로 하여 읍면단위의 마을재래시장을 재정비하고 거점화할 필요는 없을까. 이미 제주도 전역에 퍼져있고 국내외적으로도 관심과 명성을 얻고 있는 제주올레의 동서 코스와 연계 협력한다면 코로나도 이겨낸 전국 최고의 서귀포 전통시장의 경제효과 확산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대정에서 성산까지 상투적 말이 아닌 실질적 대응으로 읍면동에 걸쳐 고루 순환이 이루어져야 제대로 된 경제 활성화 대책인 것이다.
물론 거기에는 제주올레의 모토인 섬마을이 갖는 고유한 생활문화와 훼손되지 않은 화산섬의 자연 풍광이 바탕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대부분 바닷가 쪽으로 방향을 잡고 길을 내던 올레코스에 서귀포 전통시장이 들어있지 않았던 사실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해가 지면 상가가 문을 닫아 시내가 칠흑 같던 서귀포의 밤 풍경, 침체기를 겪던 시장과 인근 상점의 활기는 인위적이지 않은 제주의 길을 걷고 주변 풍광으로부터 고단한 마음을 달랬던 올레 관광객의 방문이 이어지면서 시작됐다. 이름까지도 올레시장으로 바꾸자며 재래시장의 정체성을 환경으로 설정한 상가 주민들과 이를 수용하고 코스를 변경한 제주올레의 유연한 사고가 한몫을 해냈던 것이다.
성공신화는 현재 목전에 있는 피상적 결과만을 주시하면 안 된다. 지나온 과정과 초심의 본질을 찰지게 살펴보지 못한다면 이를 통한 확산은 물론 현행 유지도 어려울 수 있다. 세월이 흘러도 시대가 변해도 제주 방문의 핵심 키워드는 여전히 자연이다. 도시가 아닌 마을이다. 그리고 사람이다. <허경자 (사)제주국제녹색섬포럼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