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거'는 일종의 현실 도피일까, 아니면 현실에 더 깊이 참여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까.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해서든, 숨 쉴 틈 없이 밀려드는 일에 치어서든, 세상의 가치 기준에 동의하지 못해서든, 골치 아픈 인간관계에 지쳐서든"(옮긴이의 추천 글 중) 이 시대를 살며 한 번쯤 "세상으로부터의 일탈을" 꿈꿔본 적은 없나.
'우리는 왜 혼자이고 싶은가'(냇 세그니트 지음, 김성환 옮김, 한문화 펴냄)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의도치 않은 강제 은거를 경험하면서 세상과 거리를 두려는 인간적 충동에 관심을 두고 탐색하기 시작한 저자가 은거의 역사와 의미를 탐구한 여정을 기록한 책이다. 신경과학과 심리학, 역사 등의 영역을 파헤쳐 우리가 고독을 추구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고독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우리가 혼자일 때 뇌와 몸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밝히고, 은거는 세상의 위대한 사상가들에게 어떤 의미였으며 그것을 위해 비용까지 지불하는 이 시대에는 또 어떤 의미인지를 묻는다. 그렇게 인간의 은거에 대한 열망과 집착을 탐색한다.
저자는 "현대적 의미의 은거는 명상과 기도에 평생을 바치는 가장 엄격한 형태의 은거에서부터, 좀더 유별나고 상업화한 선진국의 자기계발 수련회까지 스페트럼이 다양하다"(본문 중)고 말한다. 그렇게 조사 작업을 위해 저자는 세계 전역의 은거지에서 직접 은거하며 요가 학자와 인지과학자, 종교 지도자, 철학자, 예술가 등을 두루 만났다. 그리고 역사와 문학, 신경과학 등을 탐색하기도 하며 다양한 각도에서 '은거'를 해부해봤다.
출판사는 "은거의 역사와 의미, 명과 암을 탐구하는 인문 에세이인 동시에 그 여정을 기록한 여행기"라는 소개를 덧붙였다. 그리고 "이 책은 끊임없이 정신을 일깨우며 지적 욕구를 채워주는 동시에 인간적인 만남의 기쁨으로도 가득하다"며 "궁극적으로는 은거가 수도원이나 쇼핑센터, 동굴 등을 비롯한 모든 장소에서 이를 수 있는 하나의 정신 상태라는 발견에 이르게 하여, 마침내 '삶으로부터의 은거'가 아니라 '삶으로의 은거'를 이끌어낸다"고 소개했다.
옮긴이는 "책에서는 은거와 명상의 효과를 입증하는 뇌과학 및 신경과학의 성과를 풍부하게 인용했는데, 이런 자료는 가만히 앉아서 휴식하는 것에 대해 내밀한 죄책감이나 망설임이 있었던 이들에게 큰 위안이 될 것"이라며 책이 이끄는 대로 깊은 성찰과 사색의 여정에 빠져볼 것을 권했다. 2만5000원. 오은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