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일본 숨은 여행지, 아오모리에 가다(상)

[기획] 일본 숨은 여행지, 아오모리에 가다(상)
설국의 향기 그득한 소도시… 자연·문화 공존 낭만여행
순백의 아오모리 현립미술관… 지역 대표 예술가들 작품 전시
현대미술가 ‘나라 요시토모’ 상징성 커… 11년만에 고향서 개인전
조몬시대 마을 ‘산나이 마루야마’ 밤나무로 굴립주건물터 재현도
  • 입력 : 2023. 12.12(화) 00:00  수정 : 2023. 12. 26(화) 11:30
  •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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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나이 마루야마 유적지. 밤나무로 대형 굴립주 건물터를 재현한 대형 모형.

[한라일보] 제주도의 자매도시인 일본 아오모리현. 일본 혼슈의 최북단에 있는 아오모리는 '푸른 숲(靑森)'이라는 이름답게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품고 있는 일본의 소도시이자 숨은 여행지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시라카미산지'를 비롯해 '오이라세 계류', '도와다코 호수', '핫코다산' 등 곳곳에서 대자연의 신비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손꼽힌다. 사과 산지로 이름난 아오모리는 계절 변화가 뚜렷해 사계절 내내 다양한 축제가 열리고, 세계문화유산인 '산나이마루야마 유적'을 비롯해 아오모리 현립미술관, 도와다시 현대미술관 등 예술가들의 명작을 감상할 수 있는 미술관 등 문화를 느낄수 있는 곳도 자리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인천~아오모리 항공 정기편 노선 운항이 내년 1월 20일 재개되는 것을 기념해 아오모리현 신문사인 동오일보(東奧日報)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일까지 진행한 팸투어에 참가해 아오모리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곳곳을 둘러봤다. 이를 두 차례에 나눠 싣는다.

l 지역 출신 예술가들의 발자취

역시 '눈의 고장(雪國)'이다. 11월 가을의 끝자락에 찾은 아오모리는 이미 겨울의 향기로 그득했다.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출발했을 때는 완연한 늦가을 날씨였는데, 비행기를 타고 1시간 30분 거리인 아오모리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아오모리는 일년에 다섯 달 정도 눈 덮힌 설국의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만큼 일본에서도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이라고 한다. 늦가을에 말로만 듣던 설국의 정취를 직접 마주하니 설렘은 더 커졌다.

순백의 아오모리 현립미술관 전경. 아오모리 현립미술관 제공

미술관 상징물인 '아오모리 켄(아오모리 개)'.

처음 향한 곳은 아오모리시에 있는 '아오모리 현립미술관'. 흰 눈으로 뒤덮힌 나무 숲 사이에 덩그러니 서있는 순백의 건물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하 2층, 지상 2층 규모의 이 건물은 일본의 유명 건축가 '아오키 준'이 미술관 인근에 있는 조몬시대(신석기시대) 대규모 취락지인 '산나이 마루야마 유적' 발굴 현장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했다고 한다. 지면을 마치 유적 발굴 현장처럼 땅속 깊게 파내고 그 위에 흰 벽돌로 만든 구조물을 엇갈리듯 연출한 독특한 구조였는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이 공간은 주변 경치와 어우러져 운치를 더해줬다.

이 순백의 미술관 안으로 들어가면 아오모리현을 대표하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세계적인 현대미술가 '나라 요시토모', 판화가 '무나카타 시코' 등이 대표적이다. 그중에서도 순진함과 반항심이 동시에 깃든 얼굴의 악동 캐릭터를 그려 세계적으로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아오모리현 히로사키시 출신 화가 나라 요시토모의 작품들이 상당히 녹여져 있었다. 이 미술관이 보유하고 있는 그의 작품만도 170점이 넘는다.

미술관을 상징하는 작품인 높이 약 8.5m의 생각에 잠긴 거대한 개 형상 '아오모리 켄(아오모리 개)'과 팔각당 안에 설치된 높이 약 6m의 동상 '모리노코(숲의 아이)'도 그의 작품이다. 고향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남다른데다 지역에서 그의 상징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역 출신 현대미술가 나라 요시토모의 개인전 작품들. 사진 오른쪽은 'NO WAR' 테마의 나라 요시토모 작품.

고교시절 나라 요시토모의 추억의 록카페.

현재 미술관에서는 나라 요시토모의 개인전 '더 비기닝 플레이스(ここから)'도 열리고 있다. 내년 2월 25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집, 여행, 시공, NO WAR(전쟁 반대), 록카페 등 5가지 주제로 나눠 작가의 작품 200여점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다카하시 시게미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작가가 11년 만에 고향에서 여는 개인전이라 의미가 있다"며 "작가의 유년 시절부터 현재까지의 작품에 영향을 미친 세계관을 돌아보는 한편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변화된 작가의 작품들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외에도 미술관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알레코 홀'에는 20세기를 대표하는 화가 마르크 샤갈(1887~1985)이 그린 발레 '알레코'의 배경화 4점도 전시돼 있다.

l 밤나무 기둥 남은 신석기시대 건물터

그다음 발길을 옮긴 곳은 아오모리 현립미술관 인근에 있는 '산나이마루야마 유적'. 이곳은 약 5000여 년 전 일본 조몬시대 마을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30여 년 전 야구장 건설을 하기 위해 구제발굴 작업을 하던 중 대규모 취락터가 드러나면서 보존 작업이 이뤄졌으며 일본 국가사적, 국가특별사적에 이어 202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산나이 마루야마 대형 굴립주 건물터. 사진 오른쪽은 대형 판상 토우.

42㏊에 달하는 대규모 취락터에는 기둥 여섯개짜리 장방형 건물로 추정되는 '대형 굴립주 건물터'를 비롯해 땅을 파낸 구멍에 기둥을 세운 '굴립주 건물', 다수의 움집터, 흙무지, 무덤, 다량의 토기 등이 발견됐다. 특히 대형 굴립주 건물터에서는 구멍 안에 지름 약 1m짜리 밤나무 기둥이 남아있는데, 바로 옆에 밤나무를 이용해 대형 굴립주 건물터를 재현한 웅장한 느낌의 대형 모형을 세웠다. 이날 이 커다란 취락터는 눈 덮힌 풍경과 어우러져 또 다른 느낌을 자아냈다.

박물관인 '조몬 지유칸'에는 당시 조몬인의 생활상을 예측할 수 있는 대형 판상 토우, 조몬 주머니 가방 등 중요 문화재 500여 점을 포함해 출토품 1700여점이 전시돼 있다. 나가시마 유타카 산나이마루야마유적센터 보존활용과장은 "이곳은 아오모리현의 조몬시대 마을을 체험할 수 있는 장소"라며 "유적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한국 방문객들을 위한 한국어 해설을 제공하고 있다. 산나이마루야마 유적을 앞으로도 계속해서 보존, 정비, 활용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l 자매도시 제주도와 일본 아오모리

대한민국 제주도와 일본 아오모리(靑森)현은 다른 듯 닮은 점이 많다. 제주는 '감귤 산지', 아오모리는 '사과 산지'로 각각 지역 대표 특산물을 갖고 있는 것을 비롯해 유네스코 세계유산 보유지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2007년부터 두 도시는 교류의 인연을 맺고 2016년 8월 자매도시가 돼 다양한 분야에서 꾸준히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한라일보와 아오모리현 유력지인 동오일보도 2015년 우호교류협력을 체결하고 두 지역 간 마라톤을 비롯한 기사 교류, 팸투어 등 민간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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