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우의 한라칼럼] 위험기상 시대에 나타나는 일들

[송창우의 한라칼럼] 위험기상 시대에 나타나는 일들
  • 입력 : 2023. 12.19(화) 00:00
  •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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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상으로 완연한 겨울인데 지난주는 겨울 같지 않았다. 매서운 북서풍 대신에 따뜻한 봄 같은 바람이 불고 고사리 장마를 연상케 하는 안개비가 내렸다. 겨울 수선화는 웃자라서 줄기가 풍성해졌고 검질(잡초)로 천대받지만 겨울 끝자락부터 보라색 꽃을 피워 봄을 알리는 광대나물도 줄기를 길게 올렸다가 화들짝 놀랐을 거다. 주말 기온이 뚝 떨어져 찬바람이 불고 눈보라가 치면서 수은주가 뚝 떨어지며 겨울로 돌아왔으니 말이다. 어찌 식물들뿐이던가. 봄과 여름 가을 겨울 할 것 없이 제철 같지 않은 위험기상은 제주만 아니라 이 지구에 있는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 모두가 겪고 있다. 이것은 미국과 일본과 같은 선진국과 후발 주자인 중국과 같은 나라들의 화석연료 증가 때문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으면서도 대책을 세우지 않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우리나라 역시 공장을 돌리면서 태양을 가릴 정도로 굴뚝으로 뿜어내는 연기가 어마할진데 그것은 놔두고 농부들이 밭에서 베어낸 마른 잡초 더미를 태우는 것을 찾아내 벌하고, 시골 할머니가 집안에서 나온 휴지 조각을 태우는 것을 탓하고 있으니 더욱 그렇다. 물론 시민들이라도 나서서 벌겋게 뜨거워지는 지구를 되돌려보겠다며 만든 그런 규제를 탓하는 것도 아니고 지켜야 할 일이다. 그런데도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함께 손봐야 하는데 큰 것은 놔두고 작은 것을 탓하는 현실을 말하는 것이다.

비닐로 오염되는 것을 막아보자며 업소들에게 1회용 컵 사용을 줄이도록 하고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서 비닐 사용을 금지하도록 해서 이제 시민들이 장바구니를 갖고 다니는 습관이 이제 정착단계에 들어서려는데 이 또한 없던 일로 하자고 하는데도 침묵하고 있다. 그래서 어느 시인의 얘기가 자꾸 떠오른다.

한 달에 한 번꼴로 해외로 나다니는 거대한 항공기가 내뿜는 매연보다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서민의 트럭에서 나오는 매연에 분개하고, 돈이 억수같이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다니며 떡볶이를 먹고 있는 텔레비전의 모습엔 그냥 지나치면서 그다음에 나오는 뉴스에서 배가 고파서 편의점에서 삼각 김밥 하나를 훔쳐 먹다 걸린 소년 가장을 보면서 세상 저렇게 법을 지키지 않는 놈이 어디 있냐며 목에 핏대를 세우고 욕지거리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어디 그뿐인가. 지난여름 가뭄과 폭우로 값이 엄청 오른 배와 사과 시세를 보며 우리에게 닥쳐온 일상으로 다가온 위험기상을 놔두고 농민들을 또 타박하고 있다.

세상사는 경험적인 사실들과 모순을 이루는 모든 연관의 규칙들은 오래 가지 못하고 폐기된다. 반대로 어떠한 경우에나 올바른 것으로 판명되는 것들은 막강한 힘을 가지고 확고한 규칙과 원칙으로 자리 잡게 된다. 그렇다면 추워야 할 겨울이 여름처럼 덥고, 봄과 가을에 눈이 내리는 위험기상이 사라지고, 잘못된 것에 흥분할 줄 아는 세상이 되기를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송창우 전 제주교통방송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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