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고시홍(소설가), 김재영(소설가)
본심에 오른 작품은 일곱 편인데 마지막으로 세 작품을 놓고 고심했다.
'하양'은 문장이 탄탄하고 감수성도 풍부했다. 내공이 있지만, 한국 사회와 연결성이 없다. '나의 뿌리와 정체성'이라는 화두는 우리의 '캄캄한 지하실 골방'이 더 독자의 공감대를 자극할 터였다.
'무시무시한 활동지원사'는 '나'를 간병하는 탈북민 활동지원사 가족들까지 집을 점거하면서 공포감에 시달린다는 줄거리다.
정황이 영화 '기생충' 에피소드와 겹치고, 새터민에 대한 '혐오' 감정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 흑인 청년에 대한 거부감도 문젯거리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아무런 성찰, 숙고도 없이 아내를 그리워하는 결말도 새로운 울림이 감지되지 않았다.
'상구와 상순'에서, 물리치료사 상구는 약손 중의 약손으로 인기를 누린다.
그런데 마사지 로봇이 환자들의 우상이 되면서 '불 없는 화로'로 전락한다는 이야기가 중심축이다. 일자리, 인력의 효능이 점점 기계에 빼앗길 위기에 처한 인간의 운명을 암유하는 메시지다.
서사를 서둘러 마무리해서 의미있는 결말을 제시하지 못했다. 새로운 문제 제기와 담론을 이끄는 신인상 작품으로는 완성도가 미흡해 '당선작 없는 가작'으로 선정한다.
윤호준 님에게는 축하와 더불어 더욱 정진하기를, 모든 응모자에게는 내공을 벼리는 기회로 삼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