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제주 오조리 갯벌 습지보호구역 지정 엊그제인데…"

[현장] "제주 오조리 갯벌 습지보호구역 지정 엊그제인데…"
오조리마을회, 일부 갈대·황근 고사 주장하며 시정 요구
관계 기관에 공문… "정밀한 수질 검사 등 대책 마련해야"
  • 입력 : 2024. 01.09(화) 17:40  수정 : 2024. 01. 10(수) 21:00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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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조리마을회에서 오조리 습지보호지역 일부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며 관계 기관에 정밀 조사와 시정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진선희기자

[한라일보]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게 엊그제인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리에서 만난 마을회 관계자는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달 22일 해양수산부가 물수리, 노랑부리저어새와 같은 멸종위기종 조류들이 서식하는 등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0.24㎢ 넓이의 '제주 오조리 갯벌'을 제주지역 첫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했지만 해당 보호지역의 시작점에 있는 생물들의 상황이 심각해서다.

9일 오조리마을회에 따르면 습지보호지역 일부 지점에서 갈대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고 황근은 고사 상태였다. 물에 살던 보말(고둥) 등도 폐사했다. 이 중에서 황근은 오조리 식산봉 바닷가 염습지에서 자라는 독특한 생물 중 하나로 '식산봉의 황근자생지 및 상록활엽수림'이란 명칭의 제주도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오조리 갯벌은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연안습지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보전하겠다며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요청했던 곳이다. 해수부는 오조리 갯벌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새롭게 지정하면서 체계적인 보전·관리를 통해 지역주민 등 국민 모두가 그 가치를 체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마을회에서는 최근 들어 습지 환경이 악화된 데는 주변 농경지에 놓인 관으로 오폐수가 유입되는 영향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8일 제주도세계유산본부, 제주도상하수도본부, 서귀포시청, 성산읍사무소에 각각 공문을 보내 해당 지역에 대한 조사와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

이와 관련 마을회의 공문 발송 전에 전화 민원을 접수하고 현장을 둘러본 서귀포시의 관계자는 "농경지에는 수조 물로 사용되는 염지하수를 흘려보내기 위한 우수관이 설치되어 있다. 인근 식당 앞 도로에 우수관이 묻혀 있지 않아 별도의 관을 통해 아래쪽에 있는 습지로 보낸다고 하는데 그것만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를 두고 마을회 측은 "갈대마저 살 수 없는 정도라면 습지로 배출되는 물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정밀한 수질 검사가 필요하다"며 "습지 일원의 하수 처리 실태를 전반적으로 들여다보고 대책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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