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현의 한라칼럼] 제주다움으로 바라 본 도시와 건축

[고용현의 한라칼럼] 제주다움으로 바라 본 도시와 건축
  • 입력 : 2024. 02.06(화) 00:00
  •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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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각 나라와 도시는 그 지역의 시대성, 역사성과 자연환경에 따라 개성 있고 독특한 도시와 건축문화를 이어왔다.

석재와 나일강 일대의 점토를 이용한 이집트의 피라미드가 그렇고 자연과 해변가의 비정형인 사물을 모티브로 한 성파밀리아 성당 건축물은 세계적인 역작중의 하나이다. 그리스의 산토리니는 형상과 더불어 지중해의 강렬한 햇살을 반사시키기 위해 정책적으로 하얀색을 쓰도록 하여 파란색의 지붕과 어우러지는 독특한 디자인은 랜드마크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제주도의 '제주다움'은 어디서 기인하는 것일까? 과연 제주다움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해변가에서 공룡의 발자국이 발견되고 선사시대의 유물이 있는 유구한 역사와 시대성을 지닌 제주도. 이 또한 제주도가 지닌 정체성과 역사성·문화성, 특히 자연환경과 더불어 매해 태풍 등 자연재해를 극복하며 살아 온 제주민의 강인한 생활력과 커뮤니티, 변치 않는 한라산의 웅장함과 변화무쌍한 사면의 바다 등 시대가 변해도 모든 것이 자연적으로 변치 않는 고유의 가치를 지켜오고 있다.

제주 각 마을 어귀에는 고풍스러운 마을 목이 반겨주고, 제주 돌담을 따라 걷다보면 자연스레 보행자 동선이 이어진다. 정낭을 통해 집으로 들어서면 안거리와 밖거리 등과 함께 제주도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현무암과 흙·나무를 이용하고 지붕은 강한 억새를 이용해 거센 바람을 이겨내게 만들었다.

한국 전통건축에서 제주도의 민가는 어디에서나 볼 수 없는 특이한 평면을 연출한다. 부모가 거주하는 곳과 자녀가 거주하는 공간이 분리되어 있으며, 각각의 주방공간이 형성되어 있다. 이것은 부모세대가 자녀세대와 별개로 삶을 유지하려는 독특한 독립적인 삶을 의미하며, 자녀에게 신세를 지지 않으려는 강인한 제주사람들의 문화에 기인한다. 이는 현대 주택의 단위세대에서 같은 세대이나 출입구를 분리하여 부분임대 및 손님공간으로 구성하여 제주의 전통방식이 적용된 사례라고 생각한다.

제주도는 또한 다양한 색상을 구현한다. 봄에는 노란 유채꽃의 향연, 여름의 푸르른 바다와 녹색, 가을의 단풍과 겨울의 주황색의 감귤 및 겨울왕국과 같은 설경 등등. 자연에서 발현된 모든 색상과 다양한 연출은 제주도의 자연이 주는 위대한 선물이자 정체성이다.

요즘 돌아다니다 보면 각종 획일화된 디자인과 군부대 막사 같은 타운하우스, 국적불명의 난립한 건축물들, 백년을 내다보는 도로와 사회적 인프라가 아닌 단발성 행정들. 과연 제주도의 아이콘과 랜드마크는 한라산과 오름 등 독특한 자연을 구현한 도시와 건축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선조들이 살아오면서 모진 풍파를 이겨낸 제주에 우리의 정체성과 문화 역사성이 있다고 생각되며 더욱더 발전시키고 지키는 것이 우리세대와 후손들에게 남겨 줄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고용현 한국도시설계학회 제주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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