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지역 전공의들도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해 줄줄이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의료 공백에 대한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19일 도내 의료계에 따르면 파견의사를 포함해 제주대학교병원에서 수련하는 전공의(인턴·레지던트) 95명 중 절반이 넘는 53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중 제주대병원 소속 인턴의사 16명이 이날 출근하지 않았다.
도내 또다른 수련 의료기관인 제주한라병원에서 근무하는 전공의 8명도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이들 전공의는 병원 측 설득에 사직 의사를 접고 현재 근무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도내 수련병원에 파견된 타 병원 소속 전공의들까지 고려하면 사직서 제출 인원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도내 6곳 수련병원 별 파견 전공의는 ▷제주대병원 20명 ▷한라병원 22명 ▷서귀포의료원 3명 ▷한마음병원 3명 ▷중앙병원 3명 ▷한국병원 2명으로, 이중 중앙병원을 제외하면 모두 '빅5'(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 병원에 소속돼 있다. 이들 파견 전공의 53명 가운데 29명은 이날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지난 16일 '빅5' 병원 전공의 대표들은 전공의 모두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 이후부터 근무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나면 의료 대란은 불가피하다. 전공의는 담당 교수의 수술과 진료를 보조하고, 입원 환자 상태를 점검하는 등 각 병원에서 중요한 업무를 맡고 있다.
다만 전공의 사직서 제출이 20일 예고된 대규모 의료 현장 이탈로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 정부가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19일 오전 10시30분을 기해 전국 221곳 모든 수련병원에 '진료유지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공의들이 진료유지명령을 어기고 20일에도 출근하지 않을 경우 의료 현장 복귀를 강제하는 '업무개시명령'을 추가 발령할 계획이다.
의료법에 따라 업무개시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자격정지와 3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의사가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 확정되면 의사 면허를 박탈당한다.
전공의들의 단체 움직임이 가시화하면서 제주도는 이날 각 수련병원 사무국장과 보건소 등 유관기관이 참석하는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지난 6일부터 가동한 비상진료대책상황실을 24시간 체제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또 제주대병원과 지방의료원 등 공공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평일 진료시간을 늘리고, 주말과 공휴일 진료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밖에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도 진료 공백이 나타날 경우 보건소 연장 진료를 추진할 방침이다.
정부도 대응에 나서 의사들 집단 행동이 벌어지면 그 기간 비대면진료를 전면 허용하기로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의사 집단행동 대응 관계장관회의'에서 "응급·중증 수술을 최우선으로 대응하고, 필수의료 과목 중심으로 진료가 이루어지도록 체계를 갖추며, 상황 악화 시 공보의와 군의관을 투입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