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호의 하루를 시작하며] 교육부의 조급한 늘봄교실 추진

[허수호의 하루를 시작하며] 교육부의 조급한 늘봄교실 추진
  • 입력 : 2024. 03.06(수) 00:00
  •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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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3월이다. 초등학교, 졸업생들이 떠난 자리에는 귀엽고 소중한 신입생들이 들어왔다. 1시면 아이들의 수업은 끝난다. 아이들은 부모가 퇴근할 때까지 어디선가 보호받아야 하기에 많은 학부모들이 돌봄교실을 신청한다. 초등학교 자녀가 있는 부모님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돌봄에 떨어진다는 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나도 초등 저학년 자녀가 있다. 작년에 돌봄교실을 다닐 수 없어 결국은 저녁까지 학원을 돌려야 했다. 모든 아이들이 떨어질 걱정 없이 돌봄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의미에서 국가에서 보육을 책임지겠다는 정책은 환영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이 훌륭한 정책 때문에 전국이 시끌시끌하다. 왜 그럴까? 늘봄정책은 의아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추진되고 있다. 정책시행이 1년이나 앞당겨지고 그로 인해 정책의 속도와 절차의 문제들에서 갈등이 촉발되는 크고 다양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어 부모들에게 혼란이 전가되지 않을지 우려된다.

교육부에서는 전국 2700개 학교에 기간제 교원을 선발하겠다고 하고 있다. 당연하게도 전국에서 지원미달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그로 인해 중등교원자격 소지자, 70세까지 자격을 완화하고 있다. 행정 경험이 없는 기간제 교사들이 오면 그들을 교육하고 운영하는 것도 학교의 몫이다. 정부는 늘봄지원실을 만들어 교육행정직이 실무를 지원하겠다고 하지만 행정직 공무원들의 업무가 가중되기에 반발하고 있으며 국가가 갑자기 2000명의 공무원을 뽑는 것도 현실성이 없다. 현재 방과후 학교, 돌봄교실 모두 교사의 업무이며 가장 큰 기피업무이다. 결국 업무 가중은 교사가 수업준비와 학생에게 쏟을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 시킨다.

또 다른 문제는 학교에 유휴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도 돌봄교실과 방과후교실이 필요해서 일반 교실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다 보면 교사들은 학부모 상담을 할 공간이 없어 운동장 벤치에서 통화를 하고, 방과후 기초학력향상 수업을 할 공간이 없어 아이를 데리고 이곳저곳을 전전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는 실정이다.

한편, 아침 7시부터 저녁 8시까지 아이가 학교에 남게 되면 사고 시 책임의 문제가 일어난다. 정규시간 외 사소한 사건에도 책임소재에 대한 오해나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고 이는 학부모 불신으로 이어진다. 이에 돌봄전담사들 역시 비정규직으로서 안전을 책임지기 힘들고, 저녁까지 업무가중의 문제를 호소하고 있다.

교육부는 양질의 교육을 주장하고 있지만 결국 부실 운영과 현장의 혼란 가중은 예견된 일이다. 교육부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양질의 교육 혜택이 돌아가기 위해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해결방안을 강구하고, 교육을 담당하는 실무자들의 신뢰와 협조를 얻어야 한다. 그리고 1, 2학년 아이들이 아침 7시부터 저녁 8시까지 학교에 남게 하는 정책이 과연 아이들의 정신건강과 가정의 행복을 위한 일인지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국가가 책임지는 늘봄학교는 필요하다. 또한 섬세한 절차와 숙의도 필요하다. <허수호 교육성장네트워크 꿈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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