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비엔날레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제주도립미술관장이 비엔날레 예술감독을 동시에 맡는다는 언론 보도가 논쟁의 초점이다. 혹자는 미술관이 국제미술전을 주최하는데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질문을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질문의 순서를 거꾸로 해 볼 필요가 있다. 전국에 자리 잡은 수백의 미술관 사업과는 별도로 16개 이상의 비엔날레를 치르는 이유가 무엇인가? 답은 이렇다. 미술관과 비엔날레는 근본적으로 다른 설립 목적과 파급효과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외과와 내과를 구분하는 것처럼 미술관과 비엔날레에 주어진 소명과 책무도 저마다 다르다. 도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미술행사들로서 제주미술제와 제주도미술대전의 기능과 역할이 다른 이유와 같다.
그런데 일이 왜 이렇게 전개되고 있는가? 문제의 일차적 원인은 제주도정의 삭감된 예산에서 비롯된 것이라 한다. 제주도는 금년 도내 공립미술관의 작품 구입예산 전체를 제로화해 버렸다고 한다. 4회 제주비엔날레의 경우에도 전행사 대비 30% 정도가 줄어들었다.
제주비엔날레의 경우, 보다 근본적인 문제 원인은 행사 조직과 운영 방식이다. 우리나라 비엔날레의 운영방식은 주관(주최) 조직을 기준으로 크게 둘로 구분된다. 하나는 독립된 전담 조직을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술관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전자는 광주비엔날레(재단)와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의 경우이며, 후자는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서울시립미술관)이나 대전과학예술비엔날레(대전시립미술관)의 경우다.
각각의 조직과 운영 방식은 저마다 장단점이 따른다. 독립된 조직으로 운영하는 방식의 경우 안정된 인력과 조직으로 행사의 효율성과 전문성을 기대할 수 있지만, 예산의 절반 이상이 인건비와 관리비로 지출되어 적지 않은 비용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미술관이 비엔날레를 치르는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으로 행사를 추진할 수 있으나, 미술관이 지닌 본래의 기능을 수행해야 할 인력이 성격이 다른 행사에 투입되어 내부적 갈등과 논란이 생겨날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것이다.
제주비엔날레의 경우는 미술관이 주최하는 체제로 시작되었다. 1회에서 3회에 이르는 동안 행사에서 보여준 작가와 용역사 그리고 미술관 사이의 분쟁과 갈등은 이미 도내외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다. 4회에도 13억원 예산 중 약 8억원이 용역비로 제시되어 있다.
시하 제주도립미술관장이 제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을 자진해서 맡겠다는 발언은 제주비엔날레의 존속을 위한 고육지책에서 나온 것이라 본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제주비엔날레의 미래는 예측 불능이다. 제주비엔날레의 미래는 전적으로 주최 기관의 수장인 제주도지사의 의지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 대안은 지속가능한 전문 조직을 설치하는 일일 것이다. <김영호 중앙대 명예교수·미술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