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온난화, 해수면 상승, 폭우 등 주기적으로 접하는 뉴스는 얼핏 새로운 소식처럼 들리지만 결국, 위기의 시대를 경고하는 동일한 레퍼토리다. '인류세'라는 새로운 지질시대 명칭이 등장한 이유도 인간과 자연을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경계없이 모두 '우리'가 될 것을 주지하고자 함이다. 우리는 기후가 변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인간세계에 대한 전제 그 자체의 변화가 요구되는 사회라는 것을 알고 있다. 또한, 인간과 비인간, 자연과 문화, 생명과 비생명, 정신과 신체를 나누는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지구를 우리 모두가 함께하는 '공동의 집'으로 여길 수 있기를 희망한다.
나는 대안공간을 6년째 운영하고 있고 올해의 프로젝트를 '공동의 집'이라는 제목으로 기획하게 되었다.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리는 첫 전시는 각자의 계기로 이주한 세 명의 작가들을 섭외해 진행했다. 이들은 자연과 인간의 '경계 흐림'을 실천하며 물리적으로도 비물질적으로도 속도감이 빠른 도시에서 벗어나 제주라는 섬이 자아내는 속도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었다. 사적인 경험으로부터 출발해 생태, 생명, 신체, 관계에 대해 깨달아가는 과정을 시각 언어로 발화하며 '존재론적' 연결성을 작품에 녹여냈다. 제주에는 수많은 이주민이 존재하지만 특히, 예술 작품은 인간의 삶에 대한 거울의 역할을 해왔고 시대의 변화를 통찰력 있게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므로 시각 예술가들이 현재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변화들에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유의미하다. 또한, 그들의 작업이 미래의 삶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유추해 볼 수 있는 점도 흥미롭다.
거대 담론과 연관 짓지 않아도 인간은 환경에 대한 심각성을 깨달을 때, 위안을 얻고자 할 때, 인생에서 근본적인 해답을 찾고자 할 때 자연에 의지한다. 인류의 위기를 이야기하는 시대지만, 인간의 행위를 단순히 비난하기보다 좀 더 포괄적인 인식을 통해 복잡한 얽힘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자연을 경험하면서 생명에 대한 이해를 확장시키는 형상도 볼 수 있고, 개방되고 혼성되어 비인간과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삶도 그려볼 수 있다.
이러한 관념은 비단 지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가, 지역, 작게는 자신이 속한 사회에도 적용되는 개념이다. 나는 내가 운영하는 공간이, 예술가들이 자신의 세계를 펼칠 수 있고, 다양한 영역의 종사자들이 오가며 교류할 수 있는 네트워크의 장소이자, 담론의 플랫폼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서로가 연결되어 있음을 인지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도모하며 공동체 의식을 도모할 수 있는 하나의 '공동의 집'으로서 말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5년 반포한 생태회칙 '찬미받으소서'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Omnia coniunguntur.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권주희 스튜디오126 대표·독립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