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의 월요논단] 봉개동 옛 쓰레기 매립장을 복합문화예술 공원으로

[김영호의 월요논단] 봉개동 옛 쓰레기 매립장을 복합문화예술 공원으로
  • 입력 : 2024. 07.21(일) 22:00
  •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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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제주시 명도암에 자리한 안새미오름 정상에서 남동쪽을 바라보면 넓은 벌판 위에 고성처럼 서있는 건물군이 눈에 들어온다. 지금은 가동이 종료된 봉개동 쓰레기 매립장이다. 우측에 한라산을 배경으로 펼쳐진 매립장 일대의 풍광이 장관이다. 이곳으로 향하는 길은 제주를 동서로 연결하는 번영로. 이 대로는 제주돌문화공원과 제주4·3평화공원을 함께 아우른다. 도내의 대표적인 자연휴양림들과 사려니숲도 연결되어 있다. 차를 달려 매립장의 정상에 오르니 자연 풍경이 베니스비엔날레가 열리는 자르디니 공원이 부럽지 않다.

1992년 8월부터 30년 넘게 제주시민의 생활 쓰레기를 처리해 온 봉개동 환경처리 시설이 소명을 다하고 역사의 막을 내린다. 쓰레기 매립장과 소각장, 선별장, 음식물쓰레기 자원화센터 등을 망라했던 도내 최대의 시설이 타지로 옮겨가면서 이제 역사성과 장소성을 내세운 제주 근대 문화유산으로 활용할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 제주시는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한다. 후발주자는 타산지석의 묘를 살릴 수 있어 이곳은 새로운 친환경 거점공간으로 환생하기 위한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근 옛 소각장을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바꾼 사례는 서울 삼정동에 2018년에 개관한 '부천아트벙커 B39'가 있다. 광주 치평동 상무소각장도 기존 시설을 문화공간으로 바꾸기 위한 사전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경기도 고양시 역시 생활 폐기물 소각장을 레저문화스포츠 기능을 갖춘 지역 랜드마크로 조성하기 위한 연구용역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 마포에 들어선 문화비축기지는 폐산업시설을 문화공원방식으로 바꾸어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일제 강점기의 창고를 개조해 만든 '인천아트플랫폼', 난지도의 침출수 처리시설을 리모델링해 만든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등도 잘 알려진 곳이다.

외국의 사례도 풍부하다.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 세워진 아마게르바케(Amager Bakke) 소각장은 지붕을 사계절 스키나 스노보드를 즐길 수 있는 인공 슬로프를 만들어 연간 53만명이 찾는 랜드마크로 성공한 경우로 알려져 있다. 오스트리아의 슈피텔라우(Spittelau) 소각장은 세계적인 건축가 훈데르트 바서가 디자인을 맡아 관광명소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사례다. 이외에도 군수공장을 예술공장으로 변모시켜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든 중국 베이징의 '다산쯔 789 예술특구', 화력발전소를 리모델링해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탈바꿈한 영국 런던의 미술관 '테이트모던' 등이 있다.

봉개동 옛 쓰레기 매립장이 복합문화예술 공원으로 조성될 경우 제주돌문화공원, 제주4·3평화공원과 더불어 제주도를 대표하는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바야흐로 지구촌의 문명 전환기를 견인하는 생태, 환경, 생명, 자연이 그 중심 콘셉트가 될 것이다. <김영호 중앙대 명예교수·미술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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