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의 목요담론] 이제는 시성비(時性比) 시대

[이호진의 목요담론] 이제는 시성비(時性比) 시대
  • 입력 : 2024. 07.25(목) 01:00
  •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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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우리에게 '시간'은 무엇보다 중요한 자산으로 인식된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사회에서 남보다 많은 정보, 많은 경험, 많은 능력을 쌓아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니즈를 반영해 최근 시간을 아껴주거나 투입된 시간 대비 높은 효율을 보여주는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시간 대비 효율성을 의미하는 시성비가 중요한 소비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시성비 트렌드는 점차 전 영역으로 확대되며 소비활동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트렌드와 정보를 습득하고 싶으나 시간이 부족한 이들에게 제공되는 영상 빨리감기와 AI요약, 유명인 혹은 경험자들의 추천 콘텐츠에 따른 디토(Ditto) 소비 등은 효율적인 시간 활용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시간을 곧 돈으로 계산해 가사노동을 대체하는 세탁·빨래·청소 관련 앱 서비스나, 요리에 필요한 손질된 식재료와 딱 맞는 양의 양념, 조리법을 세트로 구성해 제공함으로써 조리 시간을 줄여주는 밀키트(Meal kit)가 유행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최근 부동산시장에서 급증하는 팝업스토어(Pop-up Store) 역시 짧은 순간에 다양하면서도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팝업스토어는 짧은 기간 운영되는 오프라인 소매점으로 짧은 기간 동안만 운영하기 때문에 특정 장소를 임대하여 임시 매장 형태로 운영된다. 뿐만 아니라 짧은 시간에 대형 쇼핑몰에서 오감을 느끼면서 쇼핑하고, 가까운 편의점에서 생활편익을 한 번에 누리는 행태 모두 시성비를 추구하는 현상에 기인한다. 물류센터와 판매의 기능을 통합한 다크스토어(dark store) 역시 마찬가지이다.

다른 한편으로 시성비는 현대 사회가 '분초(分秒)'를 쪼개며 매우 바쁘게 살게 되었다는 의미로도 통한다. 최대한 시간은 줄이고, 효율은 높이려는 사회적 현상은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우리에게 사실 낯선 것은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트렌드 코리아 2024'에서는 시간이 희소자원이 되면서 시간 효율성을 극도로 높이려는 트렌드를 모두가 분초를 다투며 살게 됐다는 의미에서 '분초사회'라는 이름으로 소개된 바 있다.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외부와의 단절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가성비 또는 가심비에 주력했다면 이제는 경험과 그 경험의 공유로 전환된 것이다.

다만 여기서 주의할 점은 시성비가 무조건 '빨리빨리'만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즉,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만족도가 그 이상으로 크다면 오히려 시성비는 높다진고 할 수 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하루에 24시간이 주어지며, 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시간의 가치는 크게 달라진다. 우리가 시간을 관리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시간은 없고 할 일은 많기 때문이다. 시간을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얻어진 여유시간 중 일부를 재충전과 삶의 질을 높이는데 활용한다면 시성비는 보다 높아질 것이다. <이호진 제주대학교 부동산관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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