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觀] 오, 헐리우드
  • 입력 : 2024. 07.26(금) 03:00
  •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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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플라이 미 투 더 문'.

[한라일보]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 지구 내에 있는 헐리우드는 일명 '꿈의 공장'으로 불린다. 전세계 영화 팬들을 설레게 만드는 작품들이 수도 없이 태어났고 태어나고 있는 '영화라는 꿈'의 중심지이기 때문이다. [라라랜드], [바빌론]을 비롯한 수많은 작품들이 천사의 도시이자, 황금의 대지인 이 시공간을 무대로 많은 이들이 공감한 인생사의 희노애락을 스크린에 담아낸 바 있다. 최근 개봉한 두 편의 영화는 '헐리우드란 과연 무엇일까라?' 는 질문을 남긴 작품들이었다. 컴퓨터그래픽이 더 이상 조연에 머무르지 않는 시대는 오히려 영화를 구성하는 전통적이고 기본적인 요소들을 더 들여다 보게 한다. 기술이 주는 매혹은 우리를 어디까지 데려갈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매혹은 온전히 관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꿈의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작품들이 그저 기성품에 그치고 말 지 혹은 누군가에게는 세대를 잇는 빈티지 소장품이 될 지는 이제 헐리우드를 넘어선 전세계 영화 창작자들의 고민일 것이다.



헐리우드의 스타 스칼렛 요한슨과 채닝 테이텀이 주연을 맡은 영화 [플라이 미 투 더 문]은 저 멀리 달 까지 가고 싶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미지의 세계를 향하는 사람들의 열망과 거대한 숙원 사업을 두고 벌어지는 소동이 고전적인 헐리우드 로맨틱 코미디 장르 안에 녹아 든 작품이기도 하다.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프로젝트를 앞두고 벌어지는 이 이야기는 1969년 NASA의 풍경을 선명한 낭만으로 펼쳐 놓는다. 촬영과 미술, 음악 등 영화의 기술적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맞물리며 시청각적 쾌감을 선사하는 [플라이 미 투 더 문]은 헐리우드의 거대 자본이 들어간 작품이지만 이 영화의 매력은 스케일이 아닌 디테일에 있다. 마케팅 전문가이자 신상을 밝힐 수 없는 여자 켈리 존스(스칼렛 요한슨)과 트라우마를 간직한 발사 책임자 콜 데이비스(채닝 테이텀)의 만남으로 시작, 차곡차곡 러닝 타임을 채워가는 영화는 '달 착륙'이라는 꿈을 꾸는 이들이 한데 모인 오피스 드라마로서의 매력이 가장 크다. 두 주인공을 둘러싼 많은 인물들은 풍성한 하모니를 만들고 인물들 간의 관계가 중첩되면서 영화는 거대한 음모론으로 향해가는 와중에도 그 안에 속한 사람들의 면면을 놓치지 않는다. 지난 해 개봉한 영화 헐리우드 영화 [에어]가 그랬던 것처럼 [플라이 미 투 더 문]또한 실화 기반의 이야기라는 요소를 굳이 감동적인 어조로 만들려고 애쓰지 않는다. 정교한 완성도에 더해지는 이러한 담백함 이야말로 적정한 염도와 당도로 전세계 영화 팬들의 입맛을 사로 잡아 왔던 헐리우드식 한 상 차림이 아닐까. 꽤 흡족한 포만감과 더부룩하지 않은 뒷맛을 남기는 작픔이었다.



같은 주 개봉한 한국 영화 [탈출:프로젝트 사일런스](이하 [탈출])는 한때 헐리우드의 전유물처럼 느껴졌던 재난 블럭버스터 장르의 작품이다. 기상 악화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의 공항 대교에서 연쇄 추돌 사고가 벌어지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구조를 위해 오던 헬리콥터 폭발 사고로 인해 다리는 붕괴 위기에 놓인다. 이 정도 상황도 넘치게 아찔한데 설상가상으로 폐기 처리를 앞두고 이송 중이던 군사용 실험견들이 풀려나 극한의 상황의 놓인 사람들을 타겟으로 삼는다.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들이 영화 시작 5분 후 연쇄 추돌처럼 펼쳐진다. [탈출]은 1시간 36분의 러닝 타임 중 3분의 2지점에 가까운 상황까지 숨 돌릴 틈 없이 속도감을 내며 관객을 사로 잡는 영화다. 거대한 스크린과 극장의 음향 시설을 통해 맛 보는 재난 스릴러는 한여름의 더위를 식혀줄 손이 가는 아는 맛이기도 하다. 거기에 더해 정치물과 가족 영화의 성격, 동물권에 대한 질문까지 이 재난 속에 녹아 든다.

이제 더 이상 헐리우드가 부럽지만은 않은 기술적인 성장은 놀라울 정도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된 실험견들의 외형과 움직임은 자연스럽고 재난 상황을 묘사하는 순간들 또한 생생하게 그려진다. 하지만 아쉽게도 [탈출]은 엔딩으로 갈수록 힘이 빠지는 영화다. 급작스러운 상황에 놓인 인물들을 어떻게 그려내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탓일까. 오히려 컴퓨터 그래픽이 영역이 아닌 순간들 마다 [탈출]은 자주 덜컹 거린다. 감동과 신파 사이에서, 리얼리티와 코미디 사이에서, 반목과 연대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영화는 어쩐지 하룻 밤의 악몽 같은, 오래 기억하고 싶지 않은 잔상을 남긴다.



한국 영화에게 있어 헐리우드는 더 이상 난공불락의 성은 아닐 것이다. 수많은 도전들이 있어왔고 유의미한 성과들이 남았다. 그런데 이쯤에서 궁금해진다. 헐리우드의 진짜 매력은, 장점은 무엇일까, 이제는 화려한 외피 안에 들어 있을 알맹이의 씨앗을 욕심 낼 때가 아닐까.

<진명현 독립영화 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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