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우당도서관에서 '4·3이 나에게 건넨 말'을 '2024 제주시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다. '4·3이 나에게 건넨 말'은 4·3 전문가인 한상희 박사가 쓴 책이다. 제주 사람이라도 4·3에 대해 무지한 경우가 많다. 필자만 해도 학교에서 4·3에 대해 교육받은 적이 없다. 성인이 되어서야 띄엄띄엄 듣고 읽고 하다 보니 4·3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4·3은 1947년 3월 1일 이후 7년 7개월 동안 최소 3만명 이상, 제주도민 1/10이 희생된 유례 없는 사건이다. 국무총리 소속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위원회'에서 2003년 공식 채택한 '진상조사 보고서'는 4·3을 무장대와 토벌대 간 무력 충돌과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주민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부분의 희생이 국가 공권력에 의해 발생했고, 특히 희생자 대다수가 비무장 민간인인데, 그중 1/3이 노약자였다고 밝혀졌다. 2022년에 4·3특별법이 개정돼 4·3 당시 희생된 사람들에 대한 배상과 불법적인 군사재판에 대한 재심이 진행되고 있고, 트라우마센터 설립 등 정신적 치유 기반도 마련되고 있다.
4·3은 이제 드러나야 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제주 사람들은 4·3을 마주하고 직시해야 한다. 4·3에 대해 '어설프게 짐작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터놓고 얘기했으면 좋겠다. 엄연한 제주 역사이고, 바로 한 세대 위 제주 사람들의 삶이었다. 이 책을 계기로 4·3에 대한 대중 서적이 많이 나오고, 제주 사람들이 4·3에 대해 이 정도는 서로 터놓고 스스럼없이 나눴으면 한다.
4·3의 역사적 배경과 내용, 의의를 아는 것도 의미 있지만, 나아가 성숙한 시민 의식, 인권과 반폭력, 인간다운 삶에 대한 가치를 돌아보고 공유해 나가는 것도 무척 중요하다 하겠다. 이념이나 이해타산이 생명보다 소중할까? 무지와 편견이 강해지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게 왜 어렵고, 현안에 어떻게 접근할까? 인간이 인간을 함부로 학대해도 될까? 이젠 4·3을 넘어 인권 및 인성교육, 세계시민 및 반폭력 평화교육, 다양성 및 관점 교육 등으로 초중고 교육에서도 4·3이 지속적, 체계적으로 교육됐으면 한다.
4·3을 통해 제주 공동체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자. 그 과정에서 우리 사회 갈등 해소와 치유에 도움이 되는 지혜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4·3을 제대로 알아가는 과정에서 제2공항 문제 등 제주 공동체가 현재 겪고 있는 갈등에 대한 해결 실마리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이해관계에 따른 극한 대립에 휘둘리기보다 '공존'과 '평화'의 원칙을 성숙하게 지켰으면 한다. '4·3이 나에게 건넨 말'은 4·3에 대해 '길라잡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책이다. 이제 4·3을 제대로 읽자. 우리 삶과 터전에 대한 기본 가치를 공유하고 갈등을 이겨내는 혜안을 얻자.
<김용성 시인·번역가·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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