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얼마 전 막내가 어린이집을 옮기게 됐다. 아이가 다리를 다쳐 통깁스를 했을 때도 선생님은 걷지도 못하는 아이를 화장실과 야외활동에 부축해 돌보고, 등원할 때 산발한 머리는 저녁에 집에 올 때는 단정하게 묶어있고, 아이들이 낮잠 자는 동안 '오늘 ○○, 밥도 잘 먹고 잘 놀았답니다.' 하며 알림장을 쓰신다. 선생님은 막내 이름이 새겨진 네임택을 여러 개 선물로 주셨다. 엄마인 나도 아이를 위해서 이렇게 신경 써주지 못했는데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뿐이다. 제주도 말에 검질 맬래? 아기 볼래? 하면, 검질 매겠다고 했단다. 그만큼 아이 보기가 어렵다는 뜻이리라.
2024년 통계청의 장래인구 추계에 따르면 2072년 한국의 인구는 3800만 명으로 현재 인구의 약 70%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철희 교수는 ‘일할 사람이 사라진다’에서 이러한 인구감소는 1919년인 약 100년 전 한국의 인구와 같다고 한다. 인구감소에 대해서는 긍정·부정적 의견이 다양하지만,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거라는 맬서스의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인구감소와 고령화는 제주의 산업·인프라·교육·재정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인구감소는 내국인 관광객 감소를 초래해 제주의 관광산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며, 인프라 역시 인구감소에 따라 도서관, 병원, 학교, 체육시설 등 필수시설의 규모가 축소될 것이다. 재정 분야 역시 노동자와 납세자의 감소로 세입이 줄고, 고령층에 대한 복지 증가로 재정 부담이 늘어날 것이다. 그렇다면,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어떠한 분야가 중요할 것인가? 코로나19 시기 의료·간호·영유아 돌봄·택배 노동자 등의 소중함을 느꼈던 것처럼, 의료와 돌봄 분야가 중요해질 것이다. 기대수명 증가와 고령층의 증가로 의료서비스 및 시설에 대한 수요가 증대하고, 1~2인 가구 증가, 여성의 경제활동 상승에 따른 맞벌이 가정이 많아지면서 영유아 돌봄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증가할 것이다. 그동안 돌봄은 여성이 가정에서 책임지는 시장 밖의 영역이었다. 이제는 사회와 국가에서 돌봄을 책임지고, 돌봄의 가치를 인정하고 이에 걸맞은 대우를 하면서 돌봄의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 돌봄 경제학 분야의 선구자인 낸시 폴브레는 기존의 '보이지 않는 손'인 시장경제에 의해 움직였던 사회에서 사랑·의무·호혜를 중시하는 '보이지 않는 가슴'에 의해 움직이는 돌봄의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돌봄은 보육교사, 의사, 간병인 등 사람이 될 수도 있고, 공유시설·공유자원·공유공간 등 지역사회가 제공할 수 있는 사물이 될 수 있다. 미래는 불확실하고 그 속도와 파장은 예측할 수 없지만, 저출산에 따른 인구감소와 고령화의 미래는 분명하다. 변화하는 미래에 대비하는 탄력성과 적응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지금은 '보이지 않는 손'이 아닌 '보이지 않는 가슴'이 움직이는 사회로 전환할 때이다. <주현정 제주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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