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올해 여름은 장마가 짧았고, 더위가 기승을 부린 듯하다. 낮의 온도와 햇살을 보면 아직 여름 더위가 끝난 것은 아닌 것 같다. 올해는 낮에만 더운 것이 아니라 밤에도 기온이 25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열대야가 지속되었고, 제주지역은 열대야가 가장 많은 한 해로 기록될 전망으로 보인다.
유럽의 도시나 마을을 가보면 중심에 광장, 성당, 공공시설이 위치한 경우가 많다. 제주지역을 다녀보면 마을의 중심에 팽나무, 멀구슬나무 등의 정자나무가 많이 있다. 상수도가 보급되고, 중산간도로가 포장·확장되는 과정에서도 현재까지 많이 남아 있다.
한여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 나무 그늘을 찾게 되는데, 예로부터 마을마다 있었던 정자나무 그늘은 더위를 피하고,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의 역할도 했다. 이와 같이 마을 내 중심 기능을 해온 공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마을의 정자나무는 마을 사람들에게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쉼터이자 휴식 공간이었다. 또한 동네 사람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며, 정보가 모이는 중심공간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이곳에서 서로의 기쁜 소식을 나누고, 어려운 일이 생기면 의견을 나누고 지혜를 모아서 해결하곤 했다.
'제주특별자치도 경관계획 재정비'에서는, 정자나무를 팽나무로 지칭, 시멘트화된 공간의 철거와 개선 필요성이 제시돼 있다. 구 체적인 내용으로는 마을의 상징적인 공간을 찾고, 정보 교환과 친목 도모, 휴식 공간 제공을 제안하고 있다. 현재 시멘트로 된 공간으로 인해 나무가 자라면서 고통을 받는 경우가 많아, 이를 개선하고자 여러 마을에서 개선을 하고 있다. 특히, 목재데크를 설치한 경우가 미관적, 기능적, 생태적으로도 바람직해 보인다.
지금도 그러한 정자나무 공간은 있지만 이러한 기능은 쇠퇴하거나 없어진 마을이 많다. 예전에는 마을회관이 마을의 중심이고, 정자나무가 여름에는 무더위 쉼터이며, 마을 사람들이 정보를 나누는 공간이었다. 마을공간의 중심성은 예전에 더 강했던 것 같다. 마을에서 서로 정보를 나누고 소통하며 만남과 친목도모의 기능도 같이 할 수 있는 공간이 계속됐으면 좋겠다. 정자나무와 같은 공간이 현재의 수요와 변화에 맞게 보완된다면, 공공에서 조성할 수 있는 것도 있고, 민간이 만들 수 있는 것도 있을 것이다.
콘크리트로 정자나무 주변이 덮여 있다면 이것을 사람들이 편히 쉴 수 있는 목재데크 등과 같이 자연친화적인 소재를 사용하는 형태로 만들어 주면 좋겠다. 공공에서 마을마다의 의견을 받아서 조금씩 점진적으로 추진하면 좋겠다. 마을회관이나 마을중심에 위치한 곳부터 해보면 어떨까?
요즘같이 더운 여름, 그늘을 찾고 잠깐이라도 더위를 식히고 차도 한잔 나누면서 동네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무더운 여름도 금방 지나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성용 제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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