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형의 한라시론] 텃밭에서 배우는 지혜들

[유동형의 한라시론] 텃밭에서 배우는 지혜들
  • 입력 : 2024. 10.10(목) 07:00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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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곳은 아내가 선물해준 작은 텃밭의 농막이다. 주말농장이라도 해야 살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직장생활에 지쳐 힘들어하는 나에게 잠시라도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준 것이다. 옆 텃밭의 변리사 주인분도 건강이 좋지 않아 단축근무를 한다고 한다.

남들이 보기엔 좋은 직장일지라도, 일을 하는 건 모두 힘든 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을비가 내리는 이곳에서 나는 종종 생각에 잠기곤 한다. 마을 입구의 느티나무를 지나면서 깨진 아스팔트 틈에서 자란 작은 풀이 눈에 들어왔다. 차에 밟히고, 뜨거운 햇볕과 가뭄에도 굴하지 않고 꽃을 피우고 씨를 맺은 그 풀은 나보다도 더 위대해 보였다. 과연 내가 저런 척박한 환경에서 무언가를 시도했을까? 아마 나는 포기했을 것이다.

이전에 이곳에 조경수를 심으려고 축대를 쌓았다. 앞쪽에는 조경석을 쌓았는데, 더 아름답게 보이길 바랐던 욕심이었다. 하지만 여름철 풀과의 싸움은 힘겨웠다. 한 달만 관리를 안 해도 풀이 사람 키만큼 자라나버렸다. 시골 어르신들이 "풀은 못 이긴다"는 말을 하셨는데, 그 말이 맞았다. 향나무, 꽃잔디를 심어보았지만 결국 풀이 더 강해 다 덮여버렸다. 예초기를 사용할 수 없는 바위 틈에서 손으로 풀을 뽑는 것이 힘들어서, 조경석을 쌓은 것을 후회했다. '다음에는 축대를 수직으로 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긴 장마가 지나고 선선한 가을이 되자 마지막으로 풀을 베었다. 조경석 사이에 심어둔 나무 주위의 풀을 일일이 손으로 뽑아줬다. 풀에 치여 약해진 나무들이 살아남은 것을 보며 얼마나 자랐을지 궁금해졌다. 풀 그늘 아래에서 겨우 살아남았지만, 줄기가 약했다. 그래도 풀과의 싸움에서 살아남은 것이 대견했다.

잡초를 제거하고 보니 나무들이 더 잘 보였다. 3주가 지나자 이 식물들은 새파랗게 싱싱하게 자라났다. 처음에는 죽은 줄 알았는데, 잡초가 없어지니 비로소 자리를 찾은 듯했다.

봄에 심을 때는 살아남을지 의심했지만, 다 자라고 있는 걸 보니 대견하기 그지없다.

이 텃밭에서 나는 교훈을 얻는다. 아무리 힘들어도, 봄이 되면 씨를 뿌리고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식물들이 가뭄과 무더위를 겪더라도, 생사를 결정하는 것은 그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제때 씨를 뿌리고 기다리는 것뿐이다.

이 텃밭에서 얻은 교훈은 삶에도 적용된다. 과정이 어려워 보여도, 작은 것이라도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생명을 이어가려는 본능은 모든 생명체의 기본적인 힘임을 알게 된다.

오늘도 나는 이 텃밭에서 많은 것을 배우며 살아간다. 이곳의 식물들은 나에게 말없이 많은 교훈을 전해주고, 나는 그 교훈을 통해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간다. <유동형 펀펀잡(진로·취업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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