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관필의 한라칼럼] 곶자왈에서 나무의 삶

[송관필의 한라칼럼] 곶자왈에서 나무의 삶
  • 입력 : 2024. 10.22(화) 01:00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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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식물의 뿌리는 곧은뿌리와 수염뿌리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수염뿌리는 많은 외떡잎식물에서 주로 나타나는데, 보리, 밀과 같이 식물을 뽑아보면 가운데 굵은 뿌리가 없이 가느다란 뿌리가 가지를 치면서 벋어 자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곧은뿌리는 쌍떡잎식물에서 많이 관찰되는데 우리가 흔히 먹는 배추, 토마토 등은 가운데로 곧은뿌리가 내려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키가 큰 나무들은 더더욱 곧은뿌리를 땅속 깊이 뻗어 나무를 지탱하고 영양분과 물을 흡수하는 기능을 한다.

하지만 제주도는 화산섬으로 화산쇄설물과 암반들이 토양기반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뿌리가 깊이 들어가지 못하고 생장이 멈추거나 경사를 따라 옆으로 뻗는다. 오름이나 곶자왈 등의 탐방로 주변에 쓰러져있는 나무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 나무들은 곧은뿌리가 발달하지 않고 평평한 형태로 뿌리가 벋어있다. 특히 곶자왈은 대부분 암반이나 돌무더기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뿌리가 드러난 것이 대부분이고 일부의 뿌리는 돌 틈으로 들어가 생장하면서 바위를 쪼개고 무너뜨리기도 한다. 그렇다면 곶자왈의 나무들은 어떻게 자란 것일까?

식물이 생장하기 위해서는 빛, 물과 영양분, 토양이 필요하다. 용암이 굳어 만들어진 곶자왈에서 물과 토양이 모이는 곳은 돌틈이나 움푹 팬 곳들이다. 그리고 바위나 돌 위에는 지의류가 들어와 살아가면서 물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그 자리에 이끼나 초본이 들어와 자라면서 공간이 마련된다. 이러한 공간은 큰나무가 자라기에는 매우 협소하다. 그렇다면 어떤 전략을 쓸까?

나무가 성장하기 위해 많은 물과 영양분을 필요로 하게 되는데, 이때 나무의 뿌리는 협소한 공간을 벗어나 다른 곳으로 뿌리를 뻗어 내려가는데 많은 수분이 필요하게 된다. 이 시도는 실패를 거듭하다 우기인 장마철과 여름철 많은 습기가 있을 때 다른 돌 틈이나 토양에 뿌리를 내리게 되는데 이 과정이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 또 곶자왈 식물의 뿌리는 돌 틈에서 나오는 습기를 최대한 흡수하기 위해서 원형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변형된다. 보통 판근의 형태는 줄기와 이어지는 부분에서 판처럼 서서 나무를 지탱하는 역할을 수행하는데 토양이 없는 곶자왈에서는 돌 틈에 나온 찬공기와 공중에 있는 따뜻한 공기가 만들어내는 습기를 최대한 흡수하기 위해 판 형태로 서 있기도 한다. 또 지지할 토양이 없어 돌을 붙잡아 지지하고자 뿌리가 돌 표면에 퍼지듯 붙어 자라는 형태도 나타난다. 이것은 토양이 거의 없는 곶자왈에서 살아남기 위해 식물이 필사적으로 터득한 생존법인 것이다.

이외에도 곶자왈의 식물 대부분은 좋은 토양조건에서 자라는 나무보다 더디게 자라는 방법을 터득했고, 높게 자라는 것보다 가지를 넓게 뻗어 살아가는 방법을 택했다.

이와 같이 곶자왈에서 적응해 살아가는 식물은 우리에게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하려는 삶의 의지를 일깨워주고 있다. <송관필 농업회사법인 제주생물자원(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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