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농업유산 제주의 화전(火田)Ⅱ] (3)다른 지방 정비·활용 사례-② 경북 영양산촌생활박물관

[잊혀진 농업유산 제주의 화전(火田)Ⅱ] (3)다른 지방 정비·활용 사례-② 경북 영양산촌생활박물관
산촌문화 오롯이 전시… 군 단위에도 행정 관심 돋보여
  • 입력 : 2024. 11.28(목) 03:40
  • 백금탁 기자 haru@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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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생활양식 한자리에
다양한 산골 옛 가옥들 재현
화전·관련자료 별도 코너도



[한라일보] 화전특별취재팀은 국내 화전문화 콘텐츠 정비·활용 사례를 둘러보기 위해 지난 11월 1일 경북 영양군 입암면에 위치한 영양산촌생활박물관을 찾았다. 이곳은 앞서 방문했던 충북 단양군의 소백산화전민촌이 숙박 위주로 운영하는 것과는 달리 옛 산촌의 마을 풍경을 재현한 것은 물론 각종 농기구와 화전에 대한 행정기록물까지 모아 체계적으로 전시하고 있다는 점이 색 다르다. 특히 군단위임에도 지역의 독특한 산촌문화를 조사·연구하고 이를 전시·교육장으로 활용하면서 지방자치단체의 관심과 노력의 결실임을 보여주고 있다.

경북 영양군에 위치한 영양산촌생활박물관 전경. 특별취재팀

박물관 내에 전시 중인 화전 생활상 모습. 특별취재팀

영양군은 1999년 박물관 건립계획을 세우고 자료 수집에 나섰다. 2004년 공사를 시작했고 2006년 9월 상설전시관을 개관했다. 이어 2008년과 2009년 전통생활체험장과 전통문화공원을 차례로 준공함은 물론 2010년부터 스토리텔링집과 박물관 아카이브, 영양군 인물 등에 대한 책자를 매년 거르지 않고 발간하고 있다.

박물관은 부지면적 2만694㎡, 연면적 1927.3㎡, 건축면적 1959.19㎡ 규모다. 여기에 상설전시실(720㎡), 특별전시실(75㎡), 수장고(136㎡), 세미나실(75㎡) 등을 갖추고 있다.

박물관은 실내 전시장과 야외 전시장으로 나뉜다. 실내 전시장은 산촌의 살림살이와 마을살이, 그리고 농경생활, 화전 경작 등 다양한 생활양식이 깃든 다양한 유물을 관람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야외 전시장은 서낭당, 투방집, 너와집, 굴피집, 초가 등 산촌의 다양한 가옥 형태 및 생활상을 둘러볼 수 있는 전통생활체험장을 비롯해 친근한 옛날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 수 있는 전통문화공원으로 꾸몄다.

별도의 가옥별로 쓰는 건축 재료를 모아 전시하는 공간과 실제 내부로 들어가 볼 수도 있어 관람의 재미를 더한다. 특히 제주에서 부엌을 일컫는 '정지'의 표기가 이곳 가옥 설명에서도 쓰고 있어 정겹다. 너와집 안내판에는 '소나무 줄기를 잘라서 만든 너와로 지붕을 덮었다고 해서 너와집이라고 부른다. 산골에서는 부자가 살았던 겹집으로 다른 집과 달리 집안에 화장실까지 갖추고 있다.'라고 적혀 있다. 여기 가옥도엔 안방을 마주해 '정지' 표기가 있다. 추운 산촌생활에 맞게 외양간과 사랑방도 모두 한 지붕 아래 있는 구조가 특이하다. 굴피집 설명에도 '정지'가 나온다.

또한 소나 사람이 밭을 경작하는 모습과 김치를 따로 저장하는 눌 형태의 제주와는 다른 독특한 공간이 있다. 가옥 주변에는 대추나무와 감나무를 비롯해 직접 배추와 무를 재배하는 밭도 꾸며 놓아 실질적인 산촌 공간을 재현한 점도 친근함을 더한다.

실내 전시실은 산촌에 대한 수백점의 농기구와 민구류 등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산촌의 살림살이, 신앙 및 자치활동, 농경활동, 화전경작, 여가활동, 공예활동 등으로 나눠 세부적으로 잘 정돈해 전시해 놓고 있다.

박물관 내에 화전민들이 사용했던 다양한 생활 민속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특별취재팀

화전 생활상을 보여주는 전통생활체험장. 특별취재팀

특히 옛날 산촌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화전에 대한 코너를 별도로 만들었다는 점이 돋보인다. 화전민 관리기록 카드, 화전정리사업기록부, 공유재산대부계약서, 화전민정착계획도, 화전민이주사진첩 등이 전시돼 관람객의 이해를 돕고 있다. 이 일대 화전민의 생활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영양군 일원에는 대부분 다소간 숙전을 갖고 있으며, 마을 주변의 야산을 화전으로 경작하는 겸화전민이 많았다. 화전 경작을 위해서 새벽에 올라갔다가 저녁에 내려왔으며, 수확 무렵에는 임시거처를 마련해 짐승으로부터 곡식을 지켰다. 화전을 경작해야 할 정도로 가난했기에 화전민들은 대부분 춘궁기를 피할 수 없었다.'

화전의 소멸에 대한 소개도 있다. '육지 속의 섬으로 남아 있던 화전민촌은 1968년 울진·삼척지구 무장공비 침투사건을 계기로 실시된 화전민 이주정책으로 사라졌다. 또한 겸화전민에 의해서 개간됐던 화전 역시 1970년대에 실시된 화전정리사업으로 경작이 중단됐다. 당시에 화전민들은 인근 마을로 이주하거나 새롭게 만든 마을로 이주했고, 경작지가 없는 경우 대구나 부산 등지로 출향했다.'

영양군에 따르면 1976년부터 1978년까지 3년간 이뤄진 화전민 이주정책으로 700가구·3554명이 인근 지역이나 안동을 비롯해 주변 시군으로 전세나 셋방을 얻어서 이주했다. 화전민의 경우, 가구당 가족수는 5명가량으로 2000평~4000평 정도를 경작했다.

영양군 문화시설사업소 이영재 학예연구사는 "지방 박물관은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잘 보전하고 전시하는 것이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급속한 산업화·도시화로 인해 사라져가는 영양을 비롯한 산간지역의 문화를 체계적으로 보존·전시하고, 이를 통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창조적으로 계승하기 위해 박물관의 탄생했다고 소개했다.

화전 가옥과 생활상을 재현·정비해 놓은 전통생활체험장 전경. 특별취재팀

이 학예연구사는 박물관 개장 이듬해인 2007년 박물관 아카이브 제1집 '사진으로 보는 영양의 산촌마을'을 집필했고, 현재 박물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 책자는 1983년 양양군에 산재한 자연마을 전경 사진과 함께 지명유래, 현황 등을 글로 기록하고 있다.

"지방의 역사·문화가 가장 큰 경쟁력"이라는 그의 말은 행정과 사회 구성원의 관심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알리는 울림이다. 제주 중산간 일대에는 수없이 많은 화전마을의 시간의 더께 속에 가려진 채, 우리들의 기억에서 잊혀져 가고 있다. 그 기억이 오래도록 남을 수 있도록 제주의 행정과 도민의 제주 농업유산인 화전에 대한 보다 큰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별취재단=이윤형 선임기자·백금탁 정치부장·진관훈(제주문화진흥재단)·고재원(제주문화유산연구원)·오승목(다큐제주)>

※ 이 기획은 '2024년 JDC 도민지원사업'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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