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에 등장하는 강정심은 제주4·3의 생존자로 당시 실종된 오빠를 찾다 생을 마감했다. 작가는 이런 정심을 두고 "작별을 고하지 않고, 작별하지 않은 상태"라 말하며 이는 소설이 제목이 됐다.
얼마 전 제주4·3 당시 형무소로 끌려가 억울한 죽음을 당했던 희생자의 유골이 75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오랜 시간이 흘러 고향에 돌아온 고(故) 양천종 씨를 맞이한 것은 아흔을 넘어 백발의 노인이 된 딸이었다. 고인은 1949년 7월 농사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체포돼 그해 광주형무소에서 모진 고문 끝에 옥사했다. 고인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가족들은 밭을 팔아가며 안간힘을 썼지만 끝내 유해를 찾지 못했고 가족들은 그 긴 시간 동안 작별하지 못한 채 남아있었다.
2024년 3월 기준 4·3으로 인한 행방불명자는 3679명이고 ▷도외 형무소 수감 중 한국전쟁 직후 집단 총살 희생자 ▷군사재판에 의해 사형판결을 받고 제주지역에서 형이 집행된 희생자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직후 예비검속에 의해 제주지역에서 행방불명된 희생자 ▷4·3 중에 언제, 어디에서 희생됐는지 전혀 정황을 알 수 없는 행방불명 희생자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들 대부분은 4·3 당시 체포돼 육지 형무소에 수감된 후 돌아오지 못한 희생자다.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떠도는 이들이 고향 땅으로 돌아와 "작별을 고하고, 작별하는" 그날이 멀지 않았으면 한다. <오소범 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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