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무안국제공항이 제주항공 사고여객기에 착륙 직전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 주의를 준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여객기는 조류 충돌 경고로부터 1분 후에 조난신호인 '메이데이' 선언을 했고, 이후 급하게 고도를 높였다가 다시 착륙을 시도한 뒤 약 4분 만에 활주로 외벽과 충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안전을 총괄하는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2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무안 여객기 사고 관련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혔다.
브리핑을 맡은 주종완 항공정책실장과 유경수 항공안전정책관 등에 따르면 무안공항 관제탑은 이날 8시 54분께 사고기인 제주항공 7C2216편(B737-800 기종)의 착륙을 허가했다.
사고기는 1차로 착륙을 위해 활주로에 접근하던 중 8시 54분께 관제탑으로부터 '조류 활동(충돌) 경고'를 받았다. 이는 대개 규모가 큰 새떼나 덩치가 큰 새가 항공기 근처에서 포착됐을 때 내려진다.
29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에서 파손된 기체 후미가 크레인으로 옮겨지고 있다. 연합뉴스
이후 사고 기장은 기체에 이상을 포착하고 약 2분 뒤인 8시 59분께 메이데이를 선언했다. 국토부는 앞선 브리핑에서 기장이 메이데이 신호를 보낸 시간을 8시 58분이라고 밝혔다가 1분 늦춰 정정했다.
사고기는 오전 9시께에는 당초 착륙하려던 활주로 방향(01활주로)의 반대쪽에서 진입하는 19활주로를 통해 착륙을 시도했다. 이어 3분 후인 9시 3분께 랜딩기어(비행기 바퀴)가 펼쳐지지 않은 상태에서 착륙하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는 "관제탑에서 활주로 반대 방향으로 착륙 허가를 줬고, 조종사가 이를 받아들이고 다시 착륙하는 과정에서 활주로를 지나서 외벽에 충돌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사고기는 새와 충돌하면서 엔진에 이상이 생겼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국토부는 "통상적으로 엔진 이상이 랜딩기어 고장과 연동되는 경우는 없다"며 "랜딩기어가 고장나도 착륙 시에는 자동으로 펴지거나, 수동으로 랜딩기어를 조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고기를 운항한 2명의 조종사는 기장(45)의 경우 6천823시간, 부기장(35)의 경우 1천650시간의 비행 경력이 있었다. 모두 한국 국적이다.
각각 2019년 3월, 지난해 2월부터 현 직책을 맡아 B737-800 기종만 6천96시간, 1천339시간을 운항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사고기의 2가지 블랙박스 가운데 비행기록장치의 수거를 마쳤다고 밝혔다. 나머지 음성기록장치는 추가 확보를 시도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세부적인 사고 전후 상황과 원인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짧은 활주로'가 사고 원인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무안공항 활주로는 2천800m이지만, 내년까지 진행 예정이던 활주로 연장 공사 관계로 약 300m가량이 이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 총 길이가 약 2천500m인 셈이다.
다만 국토부 관계자는 "사고 기종인 B737-800은 1천500∼1천600m의 활주로에도 충분히 착륙할 수 있다"며 "지금까지 다른 항공기도 문제 없이 운행해 왔기에 활주로 길이를 사고 원인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에서는 총 탑승자 181명(승객 175명, 승무원 6명) 가운데 구조된 승무원 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생존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까지 사망은 176명, 실종 3명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이번 사고는 역대 국내 항공기 사고 중 1983년 대한항공 격추 사건(269명 사망), 1997년 대한항공 괌 추락사고(225명 사망)에 이어 희생자가 3번째로 많은 항공 사고로 남게 됐다.
사고의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기까지는 장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최근의 국적 항공사 인명 사고인 2013년 7월 아시아나항공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 사고(2명 사망, 181명 부상)의 원인 조사 보고서가 나오기까지는 11개월이 걸렸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여객기 사고의 조사 기간은 보통 6개월에서 길게는 3년씩 걸린다"며 "기체가 외국에서 제작된 데다 기체 문제와 조종 절차, 외부 요인 등 복합적 상황을 조사해야 해 장시간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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