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범의 월요논단] 탑동 도시재생 혁신지구, ‘개발’을 넘어 ‘도시의 연결’로

[김명범의 월요논단] 탑동 도시재생 혁신지구, ‘개발’을 넘어 ‘도시의 연결’로
  • 입력 : 2026. 02.09(월) 00:00
  •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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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제주시 원도심은 지난 십수 년간 거대한 정책 실험실이었다. 수천억 원의 예산이 투입돼 축제가 열리고,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이 이어졌으며,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곳곳에 둥지를 틀었다. 그러나 2026년 현재, 잔치가 끝난 원도심의 밤거리는 퇴근 시간만 지나면 가로등 조명마저 무색할 만큼 적막감이 감돈다. 인구는 계속 빠져나가고, '임대 문의'가 붙은 빈 점포들 사이로 셔터 내리는 소리만이 무겁게 울려 퍼진다.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 이벤트 위주의 단기 처방은 원도심의 체질을 바꾸는 데 한계가 있음을 말이다.

그간의 정책 실패는 계획적 공간 설계가 아닌 일시적 유인책인 소프트웨어에만 매몰된 결과다. 축제는 방문객을 잠시 머물게 할 뿐, 사람을 살게 할 수는 없다. 원도심 부활의 핵심은 방문객 수가 아니라 정주 인구다. 삶과 일터, 휴식이 한 공간에서 이뤄지는 하드웨어적 구조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그 어떤 화려한 콘텐츠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뿐이다.

이런 맥락에서 추진되는 '탑동 도시재생 혁신지구'는 원도심 부활을 위한 마지막 승부수다. 특히 이곳은 1980년대 후반 대규모 해안 매립 과정에서 바다의 사유화와 환경 파괴라는 상흔이 새겨진 제주 현대사의 아픈 현장이다. 그렇기에 이번 사업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것을 넘어 과거의 잘못을 딛고 공간의 주권을 진정으로 도민에게 돌려주는 '공공성 회복'의 과정이어야 한다.

또한 우리는 세련된 수변 도시의 대명사인 일본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 21'이 구도심의 활력을 독점하며 상권 양극화를 초래한 사례를 경계해야 한다. 막대한 행정과 예산이 투입된 공간이 주변의 에너지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된다면, 이는 재생이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단절일 뿐이다. 거대 시설이 기존 지역사회의 숨통을 조이는 '빨대 효과'를 낳지 않도록 정교한 상생 설계가 선행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탑동이 원도심 전체에 혈액을 공급하는 진정한 심장이 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설계 원칙이 필수적이다. 첫째, 상권 공유형 보행 네트워크 설계다. 칠성로와 중앙로, 동문시장과 산지천을 잇는 물리적 동선을 최우선으로 확보해 활력이 골목 깊숙이 흐르게 해야 한다. 둘째, 지역 상생형 공간 배치다. 내부를 외부 상업 자본으로만 채울 것이 아니라 원도심 소상공인과 청년들이 공생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장소의 연속성 확보다. 나 홀로 솟아오른 랜드마크가 아니라, 원도심 골목의 숨결을 내부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여 기존 도심과 이질감 없이 섞이는 '확장된 원도심'으로 구현해야 한다.

도시재생은 눈에 보이는 수치에만 집착하는 물리적 행정이 아니다. 시민들의 삶이 유기적으로 얽힐 수 있는 매력적인 '무대'를 만드는 과정이다. 앞으로 100년을 내다보고 '조화와 연결'의 관점에서 원도심의 골격을 다시 세워야 한다. 탑동 도시재생 혁신지구가 아픈 역사를 넘어 원도심을 다시 뛰게 할 진정한 엔진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명범 행정학박사·제주공공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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