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1987년 땅을 파던 중 석창·긁개가 발견됐다. 수년간의 조사·연구를 거쳐 제주고산리유적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고산리유적은 우리나라 신석기문화의 시작점을 기존 8000년에서 1만2000년 전으로 끌어올린 역사적 증거였다. 1998년 국가사적으로 지정됐다.
얼마 전 고산리유적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서 농사를 짓던 농민들이 날벼락을 맞았다. 한 농민은 2024년 하우스 11동에 천혜향 850그루를 심었다. 다른 농민은 2025년 2월 9동의 하우스를 짓고 한라봉 560그루를 식재했다. 두 농가는 지난해 12월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로부터 행정명령(원상회복) 처분 사전통지서를 받았다. 지난달엔 5월 말까지 철거하라는 명령서를 받았다. 여기에 더해 관련 수사까지 받아야 할 처지다. 현상변경 허가 없이 하우스를 지었다는 이유에서다.
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의 의지·노력은 높이 평가된다. 이들이 있었기에 소중한 문화유산을 오롯이 보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말의 안이·소홀함은 없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규제·제한을 알리는 입간판 하나 없고, 면사무소 공무원들조차 관련 사실을 몰랐다는 농민들의 증언이 이를 방증한다.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의 범위에 대한 고찰도 필요하다. 제주의 경우 타 시도에 비해 보존지역이 상대적으로 넓을뿐더러 이마저도 획일적이다. 더불어 지역 주민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지원도 검토할 시점이다.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협조 없이는 문화유산의 보존도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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