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37주년/ 한국 해녀를 말하다-4부] 제주해녀구술사 (1)프롤로그

[창간37주년/ 한국 해녀를 말하다-4부] 제주해녀구술사 (1)프롤로그
사라져 가는 기억의 바다, 해녀의 목소리로 쓰다
  • 입력 : 2026. 04.22(수) 03:00  수정 : 2026. 04. 22(수) 07:17
  • 양유리 기자 glassy3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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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가 인정한 제주해녀, 고령화·신규 해녀 감소로 위기
전국 각지·해외 진출해 경제 영역 넓힌 출향해녀 구술 작업

제주여성노동사·공동체의 기억… 사라지기 전에 기록해둬야


[한라일보] 제주해녀들은 오랜 세월 바다와 함께 살아오며 독특한 노동 문화와 공동체 문화를 형성해 왔다.

산소통 없이 맨몸으로 바다에 들어가 해산물을 채취하는 물질 방식은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전통이다. 또한 바다를 단순한 채취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공존해 온 '여성 생태주의자'로서 해녀는 제주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출향해녀들은 19세기말부터 전라도, 경상도, 강원도, 함경도 등 전국 각지와 일본, 중국, 러시아 등 해외로 진출해 제주의 경제 영역을 넓힌 주역이다.

출향해녀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던 일제시기, 제주해녀 5000여 명은 일본으로 진출해 멸시와 착취를 견디면서도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그곳에 정착해 해녀문화를 뿌리내렸다.

이처럼 자연친화적인 작업방식과 독특한 문화를 형성한 제주해녀는 2016년 11월 30일 유네스코(UNESCO)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l 소멸하는 제주해녀, 남겨진 과제

하지만 제주해녀 사회는 오늘날 고령화와 신규 해녀 유입 감소로 위기를 겪고 있다.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현직해녀는 2371명이다. 이중 70세 이상 고령해녀가 차지하는 비중은 63.3%(1502명)에 달한다. 해녀 규모도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현직해녀는 1970년 1만4000명에 달했으나 2000년 5789명, 2010년 4995명, 2020년 3613명 등으로 감소했다.

해녀 공동체가 고령화라는 현실적인 한계에 직면하면서 해녀 문화의 전승과 보전 문제는 제주 사회의 중요한 과제로 남았다.

해녀 문화는 단순한 직업이나 생업의 영역을 넘어 제주 여성들의 삶과 역사, 그리고 공동체 문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생활사이다.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 온 해녀들의 이야기는 제주 여성 노동의 역사이자 지역 공동체의 기억이기도 하다.

또한 해녀들은 오랜 경험을 통해 바다 환경과 해양 생태에 대한 깊은 지식을 축적해 왔다. 어떤 바다에서 어떤 해산물이 나는지, 물때와 바람에 따라 바다의 상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등 해녀들이 체득(體得)한 경험적 지식은 세대를 거쳐 전해져 온 중요한 생활 지혜다.

이러한 기억과 지식 역시 해녀들이 점차 고령화되면서 사라질 위험에 놓여 있다. 지금 기록하지 않으면 앞으로 다시 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 적지 않다.

이에 따라 해녀들의 기억을 직접 듣고 기록하는 구술 작업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구술사(口述史)란 개인 또는 집단의 기억을 구술, 즉 증언을 통해 역사적 사실로 정리하는 것을 말한다. 해녀들의 구술 기록은 단순히 개인의 삶을 기록하는 작업을 넘어 제주 바다와 공동체, 제주 사회의 중요한 역사적 기록이 될 수 있다.



l 출향해녀를 쓰다, 구술작업 통해 기록

한라일보는 창간 37주년을 맞아 평생 바다에서 물질을 하며 살아온 해녀들을 만나 그들의 삶과 기억을 직접 듣고 기록하는 구술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중에서도 경상도와 일본으로 건너간 출향해녀들을 만나 그들의 삶을 기록한다.

그들이 어린 시절 바다를 처음 접했던 기억과 물질을 시작하게 된 계기, 물질 기술과 해산물 채취 방식, 결혼과 출산을 겪으며 이어온 삶의 이야기, 바다 환경의 변화와 해녀 공동체의 문화 등 해녀들의 생애 전반을 구술 기록으로 남길 계획이다.

또한 해산물 채취 방식, 해녀 공동체를 이루는 불턱 문화와 해녀 간의 질서, 어촌계 역할 등 해녀 사회의 생활 문화도 함께 기록할 예정이다. 바닷속에서 이루어지는 물질 방식과 노동 과정, 해녀들이 겪어 온 위험과 기억, 그리고 평생 바다와 함께 살아온 삶의 의미를 해녀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전달한다.

해녀들의 구술 기록은 제주 여성 노동사의 중요한 자료가 될 뿐 아니라, 바다와 함께한 제주 공동체의 기억을 후대에 전하는 소중한 문화 자산이 될 것이다. 한라일보는 이번 구술 기록을 통해 사라져 가는 해녀 문화의 가치를 다시 조명하고, 해녀들이 거쳐온 지난한 삶의 이야기를 제주 사회와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평생 바다와 함께 살아온 해녀들의 목소리를 기록하는 이번 작업이 제주 해녀 문화의 의미를 되새기고 미래 세대에게 그 가치를 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특별취재팀=고대로 편집국장·양유리 기자·장태봉 기자(사진·영상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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