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지난 8월 25일, 유니버설 에디션으로부터 메일 한 통을 받았다. 오스트리아 연방 예술·문화부가 2027년도 작곡 장학금 공고를 냈다는 안내였다. 전업 작곡가를 대상으로 월 1500유로(한화 230만원 수준)를 12개월, 4개월, 2개월 기간의 작곡 장학금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자격은 음악 학위를 마쳤거나 전업으로 활동해 온 전문 음악인이어야 하고, 오스트리아 국적이거나 장학금 기간 내 오스트리아에 거주해야 한다.
메일을 읽으며 든 생각은 하나였다. 제주라면 어땠을까.
제주 문화예술계의 예산과 관심은 오랫동안 늘 연례행사에 몰렸고 일상 속 창작과 전승의 기반은 뒷전이었다. 그 함정은 지금도 그대로다. 지난해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창작준비금 지원은 총사업비 3억6000만 원, 180명에게 일인당 200만원 수준이었다. 오스트리아의 1회 지급액에도 못 미치는 액수를, 그것도 일회성으로 나눠준 것이다.
물론 2025년 제주도 전체 예산 7조1675억2900만원 중 문화예술 예산은 1312억4500만원으로 1.83%, 1인당 19만5782원으로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1위이다. 이 성과와 숫자에 만족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
오스트리아의 장학금이 특별한 이유는 액수가 아니라 설계에 있다. 단발성 지원금이 아니라 창작활동을 보장하는 방식이고, 여기에 더해 작곡가들이 실제로 벌어들이는 저작권 사용료의 일부를 다시 걷어 새로운 작품 위촉으로 되돌려주는 별도 기금까지 상시 운영된다. 창작이 만든 돈이 창작으로 되돌아오는 구조다.
제주에 필요한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 섬의 문화를 이루는 예술인의 지속 가능한 창작활동 기반을 어떻게 제도화할 수 있냐는 고민이 필요하다. 설계자가 필요하다. 정책부터 예산까지 제주 예술의 성장을 위한 인재를 찾아야 한다.
반면 예술인으로서 반성의 마음도 있다. 우리는 예술이 세상을 변화시킨다고 일반 진리처럼 받아들인다. 김효 도의원이 필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제주도를 대표하는 제주도의 노래의 음원 상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것이다. 요즘 세상에 어린이 TV로고송 같은 장난 같은 음원의 제주도 노래를 왜 제주 예술인들은 방관하고 있냐는 것이다. 진정 제주에 관심이라도 있기는 하냐는 근본적인 질문이었다. 작은 것 하나에도 무관심한데 어찌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냐는 것이다. 세계 관광지라면 흔하게 동반되는 마을 콘텐츠가 왜 대한민국 제일 관광의 섬이라는 제주에는 없냐는 것이다. 잘못된 부조리를 누가 해학과 은유로 표현할 수 있냐는 것이다. 아름다운 제주를 표현하는 것뿐만 아니라 거칠고 투박한 것들을 다듬고 정제하여 제주의 문화를 한 차원 더 높은 곳으로 이끌어 가는 예술인이 되길 바란다는 김효 도의원의 말에 동감한다.
예술인은 예술로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다. 설계자는 설계와 구현으로 그 가치를 증명한다. <홍정호 Universal Edition 소속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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