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觀/ 가능한 사랑] 사랑의 신

[영화觀/ 가능한 사랑] 사랑의 신
  • 입력 : 2026. 09.28(월) 02:00
  • 진명현 hl@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영화 '가능한 사랑'. 넷플릭스 제공

[한라일보] 이창동 감독의 영화 <가능한 사랑>은 사랑의 가능성을 여러 각도에서 살펴보는 영화다. 영화 안에는 첫사랑의 매혹이 있고 오래된 부부 사이에 지속된 사랑의 세월이 있고 다큐멘터리 감독이 대상을 더 잘 찍기 위해 약속하듯 되뇌는 사랑도 있다. 많은 종류의 사랑이 대상에 대한 매혹에서 시작되는 것은 사랑의 속성 중 하나다. 그러나 나와 다른 타인을 욕망하는 찰나의 매혹은 자연적으로 발생하지만 자연스럽게 사랑으로 완성되지는 않는다.. 번쩍하던 황홀한 순간은 유예와 지연 고통과 고난을 거쳐 종종 난파되고 사그라지기 마련이다. 우리는 왜 낯선 타인에게서 갑작스러운 매혹을 느끼는가. 타인이 속한 세계로 들어가는 일은 어찌하여 사랑의 외피를 입고서만 가능한가. 영화는 사랑의 가능성이라는 불확신과 모험의 세계로 향하는 네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각기 다른 욕망과 각기 다른 방법을 지닌 이들의 방향은 당연히 다를 수 밖에 없다. 네 사람 중 미옥(전도연)은 차고 기우는 달과도 같은 사랑의 변화무쌍함을 부정하지 않는 이다. 희미한 반짝임을 뚫어져라 응시하는 이고 그것이 어둠 속에 존재함을 모르지 않는 이다. 멀리서 거리를 가늠하기 보다는 스스로의 움직임으로 좁히는 쪽을 택하는 미옥은 배우 전도연이 응축해온 사랑의 힘으로 만들어진 인물이다.

1997년 영화 <접속>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이래 30년 간 배우 전도연의 필모그래피에서 사랑이 빠진 적이 없다는 것은 이 배우가 어떤 동력으로 스스로를 움직여 왔는 지에 대한 대답에 다름 아니다. 금세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 보이는 캐릭터들이 먼저 여럿 떠오른다. <내 마음의 풍금>과 <인어공주>, <남과 여>가 그렇다. 재고 따지기 보다는 사랑의 충돌을 생의 경험으로 온전히 받아 들이겠다는 포부가 있는 인물들이 배우 전도연 안에서 탄생했다. 그 사랑에 있는 천진함은 미성숙함과 같이 놓이지 않는다. 오히려 배포와 기세가 이 사랑들과 함께 있다. 사랑에 대척점에 있는 이별에 대처하는 자세 또한 단단하다.

<멋진 하루>와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무뢰한> 그리고 <밀양>과 <생일>의 전도연은 사랑을 그저 지나가게 두지 않는다. 나를 관통했고 내 생의 일부였던 사랑이 어떤 모양으로 희미해 져가는 지를 지치지도 않고 응시한다. 무너지는 내내 사랑을 안고 있는 자는 그 자체로 사랑의 형상이 된다. 사랑이 누군가의 삶을 얼마만큼 침범하며 그 사랑이 한 사람과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떤 방식으로 뒤흔드는지 거의 실험에 가까운 작품들 또한 전도연의 필모그래피 안에 적지 않다. <너는 내 운명>, <해피엔드>,<하녀>의 전도연은 사랑의 발화와 개화에서부터 소멸과 절멸에 이르는 과정 모두를 온 몸과 마음으로 겪어 내는, 실험자인 동시에 피실험자가 되는 일을 기꺼이 수행해낸다. 오감과 육감, 오미를 모두 소진하며.

사랑은 더 높은 자리로 오르려는 계급 투쟁이 아니라 더 가까운 곁으로 향하려는 안간힘의 운동임을 배우 전도연은 수많은 작품들을 통해 증명해 왔다. 그의 사랑에는 격이 없고 급이 없었으며 단지 순간과 시간에 충실한 채로 나와 대상에 몰두하는 일을 지치지도 않고 반복해 왔다. 그래서 전도연에게 ‘가능한 사랑’은 무수했던 질문인 동시에 그만큼의 대답이기도 하다. 배우 전도연에게 사랑은 불가능함의 반대말이다.

<진명현 독립영화 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전문가)>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237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