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쾌거가 제주4·3 희생자와 유족 그리고 제주도민에게 큰 위로와 치유가 되고 있다. 제주4·3을 소재로 한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등 한강 작가의 작품이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게 되면서 노벨상 수상이 제주 4·3 세계화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스웨덴 한림원 노벨위원회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한 강렬한 시적 산문을 남긴 한국 작가 한강에게 노벨 문학상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한강은 자신의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칙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했다"며 "신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연결고리에 관한 독특한 인식을 갖고 있다.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되었다"고 했다.
한강 작가는 1970년 광주 출생으로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1993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대표작으로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소년이 온다(2014)',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 상을 수상한 '채식주의자(2016)', 제주4·3을 소재로 한 '작별하지 않는다(2021)' 등이 있다.
한국 현대사 최대 비극인 제주4·3을 소재로 한 '작별하지 않는다'는 지난해 프랑스 4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메디치상을 수상했다.
한강 작가는 2021년 9월'작별하지 않는다' 출간 기념 기자회견에서 "죽음에서 삶으로 건너가는 소설, 제주 4·3에 대한 소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990년대 후반쯤 제주 바닷가에 월세방을 얻어 서너달 정도 지낸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주인집 할머니가 골목의 어느 담 앞에서 '이 담이 4·3 때 사람들이 총에 맞아 죽었던 곳'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며 "어느 눈부시게 청명한 아침이었는데, 무서울 정도로 생생하게 다가왔던 그날의 기억이 제 마음 속에서 자라났던 꿈의 장면과 만나 이 소설이 됐다"고 말했다.
노벨위원회는 '작별하지 않는다'에 대해 "정확하고도 응축된 이미지를 통해 현재를 압도하는 과거의 힘만 아니라, 집단망각에 빠져버린 것에 빛을 비추고 예술적 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그 트라우마를 변환하려는 친구들의 끈질긴 시도를 강력하게 추적한다"고 평했다.
한강 작가는 노벨상 수상자로 확정된 뒤 노벨위원회와의 인터뷰에서 "제 소설을 처음 읽는 분이라면 '작별하지 않는다'부터 읽어볼 것"을 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벨상은 1901년부터 매년 시상돼 왔다. 노벨상은 최고의 영예로 인정되며 개인은 물론 국가를 빛낸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수상한 것은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에 이은 두 번째다.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인으로는 처음이자 아시아 여성 작가 중 최초다. 아시아 통틀어 1968년 가와바타 야스나리(일본), 1994년 오에 겐자부로(일본), 2012년 모옌(중국)에 이어 한강 작가가 네 번째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1100만 크로나(약 13억4000만원)와 메달, 증서가 수여된다. 시상식은 오는 12월 10일 열린다.
윤석열 대통령은 10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해 "대한민국 문학사상 위대한 업적이자 온 국민이 기뻐할 국가적 경사"라며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
윤 대통령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력한 시적 산문'이라는 한림원의 선정 사유처럼, 우리 현대사의 아픈 상처를 문학작품으로 승화시켰다"며 "한국문학의 가치를 높이신 작가님께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제주4·3의 아픔을 세계인이 공감한 것"이라며 "이번 수상을 계기로 제주4·3이 대한민국뿐 아니라 세계인의 역사로 나아가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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