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 만난 사람](5)분재원서 새 삶 키우는 김상훈씨

[토요일에 만난 사람](5)분재원서 새 삶 키우는 김상훈씨
"절망의 늪서 희망의 꽃을…"
  • 입력 : 2006. 08.19(토) 00:00
  • 표성준/ sjpyo@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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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전사고로 한쪽 팔과 양쪽 다리를 잃으며 사선을 넘나들던 김상훈씨. 김씨는 어릴 때부터 즐기던 분재에 다시 취미를 붙이면서 직접 차린 분재원에서 재기의 꿈을 다지고 있다. /사진=강희만기자 hmkang@hallailbo.co.kr

감전사고로 한쪽팔·양쪽다리 잃어…취미였던 분재로 제2의 인생 시작

 수술 중에도 심장이 멈췄고, 심지어 회복실에서도 그랬다. 숨이 멈춘 그를 몇번이나 살려낸 의사들이었지만 4차 수술을 앞두고선 수술을 말렸다. 이미 한쪽 팔과 양쪽 다리를 잘라내는 대수술을 마친 터였다.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던 그는 죽기 살기로 수술을 요구했다. 그리고 살아났다.

 “잘라낸 내 살덩이를 지켜보니 정육점에 매달려 있는 고기와 별반 다를 게 없더군요.”

 전기기술자였던 김상훈씨(38·제주시 해안동)는 사고가 발생한 1995년 7월까지 모 전기회사의 하청을 받아 전신주와 변전소 등을 점검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사고 당일도 여느때와 다름없이 전신주에 올라가 작업하던 중이었는데, 그만 고압선에 감전되고 말았다.

 제주도내 모 병원에서는 생존이 힘들다는 판정을 내렸다. 서울의 병원으로 옮겼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얼마 살지 못할 거라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 마지막으로 찾은 곳이 한국전력이 운영하는 의료법인 한전의료재단 한일병원.

 “담당의가 저를 보더니 너무 늦었다고 말하더군요. 다른 병원을 다니느라 수술시기를 놓쳤다는 것이죠.”

 의사는 수술을 하더라도 이미 마취할 수 있는 상태가 지났다며 걱정했다. 그냥 기다리다가 목숨이 끊어지느냐 아니면 목숨을 내놓고 수술이라도 해 볼 것이냐는 선택의 기로에서 그는 수술을 결정했다. 전문 의료진들이 수술을 시도했다. 1차 수술후 멈춰버린 심장을 의료진들이 다시 뛰게 했다. 하루에 한번씩 3일간 왼쪽 팔과 양쪽 다리를 잘라냈다. 그때마다 심장은 멈췄다 뛰길 반복했다. 4차 수술에 앞서 의사들은 화상을 입은 상반신은 수술하지 않고 평생 약물치료를 하면 된다면서 수술을 말렸다. 수술 때마다 엄청난 통증 때문에 사시나무 떨듯 하던 그였지만 더 이상 물러설 수 없었다. 수술은 무사히 끝났다.

 “수술을 마친 뒤 새로운 고통에 시달리기 시작했죠.”

 환상통증이 왔다. 잘라내고 없는 팔 다리에 통증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병원에서 처방해준 약을 1개월 정도 복용했지만 어지럽고 맥을 못추는 날이 많아지자 약을 끊었다. 나머지 5개월분의 약은 쓰레기통으로 들어갔다. 대신 술로 고통을 잊는 날이 늘어 폐인으로 지내길 2년. 아내와 두 아이를 둔 그가 마음을 다잡아 도내 한 장애인복지관을 다니고, 어릴 때부터 즐기던 분재에 다시 취미를 들이면서 자연인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정신수양 효과도 보게 됐다.

 “그래도 나는 아내가 있고, 자식도 있지 않은가! 내가 이렇게 아픈데, 저 사람은 오죽할까!”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내 몸만 생각하던 그가 남을 사랑하기 시작했고, 결국 삶에 대한 애착으로 이어졌다. 장애연금을 모으고 장애인자립자금을 대출받아 3년 전 제주시 노형동에 분재원을 차렸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분재원을 누비는 그의 뒷 모습을 보노라면 삶의 무게가 느껴진다. 생명의 소중함이 전해진다.

/표성준기자 sjpyo@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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