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 만난 사람](58) '안경천사' 박종월·안효숙씨 부부

[토요일에 만난 사람](58) '안경천사' 박종월·안효숙씨 부부
"아름다운 세상 보셨으면…"
  • 입력 : 2007. 09.08(토) 00:00
  • 최태경 기자 tkchoi@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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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부터 제주에서 안경을 무료로 맞춰주는 봉사활동을 펼치는 박종월·안효숙씨 부부. 12일까지 연동 부영1차 아파트, 아라주공아파트, 한림사회복지관 등 도내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봉사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사진=김명선기자 mskim@hallailbo.co.kr

외로운 저소득층 노인 위해
전국 돌며 무료 안경 서비스
"세상에 조그만 밑거름됐으면"


전국을 돌며 형편이 녹록지 않은 노인들을 위해 무료로 안경을 맞춰주고 있는 부부가 있어 화제다. 지난 4일 제주를 찾은 박종월(57)·안효숙씨(56·여) 부부가 그 주인공.

박씨 부부는 25인승 미니버스를 미니안경점으로 개조해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저소득층 노인들에게 무료로 안경을 맞춰주는 일을 하고 있다.

5일 이들은 제주시 아라주공아파트를 찾았다. 경로당 앞에 미니버스를 세워놓고 아침부터 노인을 대상으로 시력검사와 간단한 상담을 했다. 이날은 65명이나 되는 저소득층 노인들이 모여들어 성황을 이뤘다.

박씨는 "원래는 오전 20명, 오후 20명씩 하루에 40명 정도 시력검사를 해드리는데 오늘은 65명이나 됐다"면서 "어려우신 분들이 많고 누군 해주고 누군 해주지 못하면 안되서 내일까지 연장해서 봉사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봉사를 시작한지 올해로 벌써 5년째. 지금까지 이들 부부가 봉사활동을 펼친 곳만 1백90여곳, 모두 1만여명에게 안경을 무료로 제작해줬다.

서울에서 15년동안 안경점을 운영해 자리를 잡은 박씨 부부는 여행을 하며 노후를 편안하게 지낼 생각이었다.

그러다 만학도로 부부가 함께 안경공부를 하게 된 것을 계기로 지금의 일을 하게 된 것. 이들 부부는 수능시험을 치른 뒤 00학번으로 김천대학 안경공학과에 입학했다.

부부가 함께 김천까지 통학하며 공부하면서 가진 생각이 바로 전국에 있는 어려운 노인들을 위해 안경 봉사를 하자는 것이었다. 일을 시작하면서 부부는 서약서까지 썼다. 초심을 지켜나가기 위해서였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여서 그런지 여러 선교단체에서 후원의 유혹도 많았지만 부부는 초심을 지키기 위해 거절했다.

이들은 안경을 맞춰주는 일에만 멈추지 않는다. 힘들게 사는 노인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상담자 역할도 한다.

5일 아라주공아파트에 홀로 사는 한 70대 할머니는 자신의 인생이야기를 풀어놓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들 부부는 이야기를 찬찬히 들어주며 할머니를 다독거려 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활동을 다른 눈으로 쳐다볼때 속상해 한다.

부부는 "그냥 주러 왔는데도 불구하고 자꾸 '왜 이러느냐, 무슨 목적으로 이런 일 하냐'고 캐묻는 경우가 가끔 있다"면서 "순수한 봉사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만든 현실이 가슴아프다"고 말했다.

부부는 자신들의 봉사가 세상의 변화에 조금이나마 밑거름이 되길 바랐다. "우리 부부도 앞으로 복지혜택을 받을 사람들이다. 몸에 와닿는 복지가 절실하다. 구호에만 그치는 게 아니고 필요한 사람이 꼭 받을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안경천사' 박종월·안효숙씨 부부. 이들이 맞춰주는 안경을 통해 세상의 아름다운 모습만 봤으면 하는게 이들 부부의 바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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