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유산 등재, 그 후… 성과와 과제]③보존 청사진

[세계자연유산 등재, 그 후… 성과와 과제]③보존 청사진
사유지 매입 등 IUCN 5대 권고사항 이행에 초점
  • 입력 : 2008. 06.13(금)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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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15일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자연유산위원회(위원장 이수성)가 출범했다. 제주 세계자연유산의 전반적인 정책제안과 자문역할을 담당할 민간협력체제가 구축된 것이다. /사진=한라일보 DB

핵심지역내 268필지 2백억 투입 매입 착수
10대 핵심과제·50개 세부사업 로드맵 마련

보존·활용 용역결과 따라 실천계획 구체화


제주특별자치도는 '세계자연유산 선진 도약 토탈 로드맵'을 수립해 연차적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직후 전 세계와의 약속을 이행하고 도민들에게 사랑받는 유산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다. 그 내용이 3대 전략목표, 10대 핵심과제, 50개 세부사업에 망라돼 있다. 이를위해 제주도는 2008년을 세계자연유산 선진도약 원년으로 선포했다. 세계유산 보존·활용을 위한 용역은 이를 구체화시켜 나가기 위한 과정이다.

세계자연유산 등재의 의미는 우리가 물려받은 자연자원을 후대에 올곧게 물려주는 것이다. 따라서 보존·관리가 핵심이다. 이 토대위에서 경제적 창출로 연결시키기 위한 활용이 모색돼야 한다. 1월말 착수된 제주 세계자연유산 용역은 앞으로 세계자연유산지구의 보존·관리, 활용을 위한 종합대책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 최종 결과물이 연말쯤 제시된다.

# IUCN 권고 및 후속대책

주목되는 것은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의 권고사항에 대한 후속 대책이다. 알려진 대로 '세계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협약'의 자문기구인 IUCN의 제주자연유산 등재권고 리포트는 최종 등재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 됐다.

이 보고서가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 정부와 제주도가 유네스코와 국제 전문가 그룹에 제출한 관리운영계획에 대해 정밀 검토를 거쳐 후속 보완대책을 권고하고 있는 내용이다. 우리 정부가 등재 후속대책을 차질없이 실행에 옮기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한 내용을 IUCN이 재차 강조한 내용이 권고안에 그대로 담겨 있다.

이 때문에 리포트는 향후 보호·관리 등에 대한 정부·지자체·시민사회 등의 역할에 대한 구속력의 의미까지 내포된 일종의 지침서나 다름없다는 점에서도 중요성을 갖는다. 등재 이후 이 권고안을 무시하거나 지키지 않았을 경우 국제사회로부터 지탄을 받을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위험유산' 목록에 오를 수도 있음을 간과해선 안된다.

▶사유지 매입=IUCN은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할 것을 권고하면서 우리 정부에 모두 5개의 사항을 수행하도록 권고했다.

우선 등재 신청 유산지역 내에 위치한 사유지 매입을 조속히 추진할 것을 권고했다. 자연유산 등재 지역의 토지 소유권을 보면 84%가 국유지이고 나머지 16%인 2백68필지, 1백37만여㎡가 사유지이다. 거문오름동굴계 지역 거의 대부분이 사유지에 속한다.

제주도는 올해 96억원을 들여 64필지, 1백11만여㎡에 대한 매입을 추진한다. 내년에도 1백4억원을 확보해 나머지 사유지까지 매입 완료할 계획이다. 이미 토지주에게 안내문을 보냈으며 지난달말에는 분할측량을 의뢰해 놓고 있다. 현재 토지 매입실적은 4필지에 64만1천여㎡에 이르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핵심지역 주변 완충지역내 사유지까지 단계적으로 매입해 나갈 방침이다. 제주도가 사유지 매입에 서두르는 것은 세계 최고의 동굴군으로 평가받고 있는 용암동굴군 일대를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유산지구 토지주들의 재산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탐방객 관리·유산지구 확대=IUCN은 유산지역을 방문하는 많은 수의 탐방객과 그와 관련해 발생하는 상업활동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것을 권고했다. IUCN은 유산지역에 대한 탐방객 수가 이미 상당하며 또한 급격히 증가하고 있기는 하나 시설개선과 인력 및 예산 확충이 계획돼 있고 탐방객 관리에 상당한 투자를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역량 내에서 적절한 관리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유산관리를 가장 어려운 과제로 적시함으로써 적절한 탐방객 관리를 주문하고 있다.

또 지상에서의 경작 활동이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의 지하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완충지대에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주문했다. 현 후보 유산에 포함된 지역보다 더 넓은 지역에 위치한 주요 화산지형 및 제주도의 생물다양성 가치를 관리하는 데 더욱 주위를 기울일 것을 권고했다.

또 제주도의 다른 주요 화산동굴계 및 화산지형까지 등재신청 유산 범위를 확대하는 가능성을 고려해 볼 것도 주문했다. IUCN의 이같은 권고와 주문은 세계자연유산 등재 이후 후속대책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음을 의미하며 세계유산 등재 본연의 목적인 보존관리를 위한 종합대책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보존·활용 용역 무엇을 담아내나]동굴 개방 타당성 등 중점 검토

IUCN 권고·유산지구별 후속대책 제시…기존 관리운영계획보다 완성도 높여야


세계자연유산 보존·활용 용역은 내용물에 대한 완성도와 얼마나 실천가능한 대책들이 제시되느냐 여부가 중요한 관건이다. 특히 이번 용역에 관심이 집중된 사안은 사유지 매입과 매입 토지에 대한 관리계획, 그리고 미개방 동굴에 대한 개방 여부 타당성 분석과 구체적 개방 방안이 어떻게 도출되는가 하는 점이다. 제주 세계자연유산지구의 보존관리, 활용, 주민참여와 관련해 가장 주목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세계자연유산 보존·활용용역 1차 중간보고회가 지난 5월14일 한라산탐방안내소에서 열렸다. /사진=한라일보 DB

제주 세계자연유산지구의 보존계획은 이미 등재신청 당시 세계유산위원회에 제출한 관리운영계획에 밑그림이 제시돼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용역에서는 이미 제시된 관리운영계획을 보다 구체화시키고 업그레이드된 결과물이 도출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용역에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을 책임기관으로, IUCN(세계자연보전연맹) 한국위원회의 전문가 그룹과 제주발전연구원이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다. 각 기관별 노하우와 연구인력을 최대한 활용하고 향후 연구결과에 따라 정부 지원까지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용역에 따른 주요 과업내용은 ▷IUCN 권고사항 이행 ▷체계적인 보존 ▷합리적 활용계획 ▷관리체제 및 정보, 교육, 협력분야 ▷연도별 투자 및 재원조달 분야 등 크게 다섯개 분야로 분류, 분야별 실천계획을 제시하도록 하고 있다.

용역에서는 특히 IUCN의 권고사항에 대한 이행계획이 제시될 예정이다. 이들 권고사항은 한가지 한가지가 간과할 수 없는 중요 사안이어서 용역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체계적인 보존계획은 한라산과 거문오름용암동굴계, 성산일출봉 등 3개 지구별로 제시된다. 우선 한라산의 경우 수해·화재 등 재난 발생시 대응전략과 예방대책은 물론 유산지구내 교통·주차장 관리계획이 어떻게 구체화될지 관심이다.

거문오름 용암동굴계 보존계획은 가장 주목되는 대목이다. 토지매입과 매입토지에 대한 관리계획은 물론 미개방 동굴에 대한 개방 여부 타당성 분석과 개방 방안까지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 동굴 및 자연환경 보존을 위한 감시체계 구축방안도 제시된다.

성산일출봉은 자연생태계 보존을 위한 감시체계 구축과 일출봉 분화구내 조릿대 확산에 대한 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방문객 이동 동선에 대한 개선방안에 대해서도 연구가 이뤄진다. 자연유산지구별 환경변화와 방문객 만족도에 대한 모니터링 계획도 이번 연구를 통해 제시된다. 이를 통해 자연유산지구 보존·관리 표준지침(메뉴얼)이 마련된다.

이번 용역을 통해 세계자연유산지구의 관리체계 개선방안과 국제 네트워크 확대, 교육프로그램도 제시된다. 아울러 세계자연유산의 보존·관리, 활용의 성패를 좌우할 투자 및 재원조달방안이 이번 용역에서 구체화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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