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 사는 법](5)이용원 이웃 강창해·문응철씨

[이 사람이 사는 법](5)이용원 이웃 강창해·문응철씨
"일하며 봉사하는 기쁨 느껴요"
  • 입력 : 2009. 02.07(토) 00:00
  • 표성준 기자 sjpyo@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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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동에서 이용원을 운영하고 있는 강창해씨(왼쪽)와 문응철씨는 50년 경력의 이용사들로 쉬는 날이면 함께 이용봉사활동도 다니고 있다. /사진=김명선기자

경력 50년에도 손님 한명에 1시간 할애
한달 4일 휴일 중 3일을 봉사활동 다녀


예전 대목 때면 새벽 5시까지도 영업을 했다. 하지만 20여년 전을 전후해 손님 발길이 끊겨 이젠 대목이라야 하루 7~8명, 평소에는 4~5명이 고작이다. 그게 동네마다 이용원을 갖춘 사우나가 들어서고 미용실이 급증하면서부터다.

제주시 삼양동에 가면 이용사 이웃을 만나볼 수 있다. 신생이용원 강창해(65)씨와 문성이용원 문응철(62)씨. 외지에서 개업을 했던 이들은 30년 전 비슷한 시기에 이곳에 '이발관'을 개업했다. 이후 '이용원'으로 바뀌었지만 직업은 50년간 계속되고 있다.

이들 업소는 걸어서 5분 거리, 집은 골목길을 두고 이웃해 있다. 시내 외곽지인데다 지근거리에 있다보니 서로가 신경이 쓰일 법도 하건만 둘도 없는 친구다. "경쟁은 무슨, 서로 노력한 만큼 얻는 것이지." 강씨의 말이다. 문씨도 마찬가지다. "손님들이 어느쪽에 가든 개의치 않아요. 오는 손님만 성의껏 해드리면 되죠." 그래서인지 종종 염탐이 아닌 마실차 서로를 찾아간다. 강씨는 직접 자신의 머리를 다듬기도 하지만 가끔은 문씨의 손님이 된다. 문씨의 이발은 일을 돕는 아내의 몫이다.

괜히 멋있어 보였는데 마침 이웃의 권유로 시작한 강씨나 집 앞에서 친구들과 구슬치기를 하다 동네선배의 권유로 찾아가 시작하게 된 문씨 모두 초등학교를 졸업하던 해인 13살 때부터 이용원에서 일해왔다. 당시만 해도 입사 후 3년간은 청소와 손님들 머리감기만 해야 했다. 이어 2년은 면도만 하다 이발을 시작한 게 입사 5년째. 직업에 남다른 자부심을 느끼는 건 이처럼 쉽지 않은 견습생활을 거쳐 터득한 기술이 있어서다.

문씨는 자신한다. "이젠 남자들도 젊은 사람들은 죄다 미용실에 가지만 머리 깎고 드라이하는 기술은 우리를 따라 잡을 수 없어요." "머리에 빗을 갖다대고 자르는 기술이지. 스포츠형머리를 가위로 자르는 건 아무나 못해요." 강씨의 설명이다. 굴곡이 잘 드러나게 하는 하얀가루를 지끔껏 사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손님 한 명을 상대하는 데 족히 한 시간을 할애하는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요즘 이용원에는 손님보다 장기를 두거나 TV를 보려고 놀러오는 이웃이 더 많다. 손님도 대부분 50대 이상이다. 1980년 도내 470여개에 달했던 이용원은 지난해 말 기준 340여개로 줄고, 숫자에서 이용원에 비할 바 못됐던 미용실은 현재 1200여개로 늘어났다. 동네 아줌마는 물론이고 여고생 단골손님이 있던 때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이들은 함께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매주 목요일마다 업소 문을 닫는다. 상이군경회복지회관을 찾아 참전용사들의 머리를 다듬어준 게 벌써 13년째다. 재작년까지는 삼양동사무소에서 형편이 어려운 지역 노인들을 위해 이발봉사활동도 했다. 동사무소 신축 공사로 잠시 중단됐지만 완공되는 대로 다시 봉사활동을 재개할 계획이다. "건강이 닿는 데 까지 일을 하고, 일을 그만 두는 날까지 봉사활동도 계속 할 생각이에요." 한달에 4일을 쉬는데 그 중 3일을 봉사활동에 할애하는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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