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 사는 법](10)양언보 카멜리아 힐 대표

[이 사람이 사는 법](10)양언보 카멜리아 힐 대표
"역경 이겨내는 동백처럼 희망을…"
  • 입력 : 2009. 03.14(토) 00:00
  • 이현숙 기자 hslee@hallailbo.co.kr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세계 500여종의 동백을 모아 지난해 테마공원을 개원한 양언보 제주 카멜리아힐 대표가 자식같은 동백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강희만기자

지난해 황무지에 테마공원 개원
"죽어서도 동백과 함께 하고싶어"


지극한 동백사랑의 열정을 가진 양언보씨가 희귀한 동백나무에서 꽃을 활짝 피운 모습을 애정어린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다.

"역경 이겨내는 동백꽃 통해 많은 이들이 희망 찾았으면…."

지난 11일 서귀포시 안덕면 상창리에 위치한 제주 카멜리아힐(Camellia Hill·동백언덕)을 찾은 건 이른 아침이었다. 하지만 양언보(67) 대표는 작업복 차림으로 이미 동산을 한바퀴 돌아본 뒤였다.

"동백꽃은 '중도의 꽃'입니다. 활짝 피었다가 미련없이 '툭' 떨어져 뒤돌아서는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꽃이지요."

그는 이렇게 철학적인 이야기로 '동백 예찬'을 시작했다. 25년동안 동백에 모든 열정을 바쳐온 그였다. 그는 17만2000㎡ 부지에 세계 500여 종의 동백을 모아 테마공원을 지난해 개원했다. 동백만으로 꾸며진 테마공원은 국내에서 유일하다.

그는 1984년부터 감귤나무를 베어내고 동백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다들 미쳤다고 했지요. 하지만 동백에 이미 흠뻑 빠진 뒤였지요. 눈 속에서 피어나고 눈 위에 떨어진 다음에도 아름다움을 갖는 꽃은 나에게 시련을 이겨내도록 만들고 '삶의 진리'를 전해주는 것이었어요."

서귀포시 안덕면 대평리가 고향인 그는 대학을 마치고 20여 년간 고구마 전분공장, 건설·유통·무역업 등 여러 가지 사업을 해왔고 그럭저럭 살만한 형편이 됐다.

그런 그가 황무지를 '동백동산'으로 꾸미겠다고 했을때 아내를 비롯한 가족들의 반대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를 '작은 거인'처럼 든든하게 지켜주는 가족들이다.

그에게는 "세상의 동백을 한 곳에 모아놓고 싶다"라는 목표가 생겼다. 그래서 틈만 나면 국내 각 지역의 동백 수집에 나섰다. 15년 전부터는 사업도 아예 조경업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지난해 '세상의 동백을 다 모아둔 공원'을 자기 손으로 만들어 선보인 것이다.

그는 기자를 유럽의 동백품종을 모아놓은 곳으로 먼저 안내했다. 그곳에는 동백이라고는 믿기 힘든 것들이 많이 있었다. 활짝 꽃을 피운 '노니 하이던'동백나무 앞에서는 발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이곳에는 그의 정성이 들어가지 않은 나무들이 없다. 미국에서 구해온 '버진 디크레베아트'는 작은 묘목하나를 갖고 오는데 적잖은 경비를 지불해야 했다.

이곳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이른 9월 말에 피는 동백도 있다. 이 동백나무는 양씨가 남원읍 위미리에서 발견해 번식시킨 것으로 지금까지도 별도 품종으로 등록돼 있지 않다. 세계에서 가장 큰 동백꽃을 피우는 나무도 있다. 세계적으로 향기를 내는 동백꽃 품종은 8가지뿐인데 그중 6종이 이곳에 있다. 수령 250년생으로 추정되는 높이 10여m의 동백도 자라고 있다.

그는 그동안 동백차(茶)도 2종을 개발했고 식용유로 개발한 동백기름으로 특허도 받아냈다. 이제는 일본에서 벤치마킹을 올 정도다.

그는 "동백꽃은 '겨울꽃의 여왕'이지만 겨울에만 피는 꽃은 아닙니다. 꽃피는 시기에 따라 추백(秋柏), 동백(冬柏), 춘백(春柏)으로 나눠집니다." '동백예찬'은 계속 이어졌다. "동백은 사군자의 부족한 부분을 모두 갖고 있죠. 겨울에도 푸르름이 있고 눈속에서 꽃을 피워내는 강인함이 있습니다. 거기에 꽃은 아름다움까지 갖고 있어요."

"동백에 헌신하고 수익이 나면 사회에 돌려주고 동백꽃처럼 아름답게 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그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세상을 뜨면 화장을 해서 동백나무에 뿌려달라고 했죠. 죽어서도 동백과 함께 할수 있다면 좋은 것 아니겠어요?" 담담하지만 강한 동백꽃을 닮은 그의 열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1 개)
이         름 이   메   일
2637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