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 사는 법](18)장애인 댄스스포츠 선수 강성범씨

[이 사람이 사는 법](18)장애인 댄스스포츠 선수 강성범씨
두 바퀴로'쉘 위 댄스'새로운 삶 일군다
  • 입력 : 2009. 05.09(토) 00:00
  • 최태경 기자 tkchoi@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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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댄스스포츠 선수 강성범씨가 파트너 현선미씨와 시내 한 연습실에서 호흡을 맞추며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사진=강경민기자

1년간 피나는 노력끝에 전국무대 제패
"장애인의 스포츠문화 저변 확대됐으면"


"장애를 극복의 대상만으로 생각하며 살아왔죠. 항상 비장애인처럼 생활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나만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것 같아요. 하지만 휠체어에 몸을 맞긴 채 시작한 춤은 장애를 내 안의 정체성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만들었습니다."

댄스스포츠 선수 강성범(43)씨는 2살때 소아마비로 두 다리가 불편한 지체장애1급 장애인이다. 목발로 40평생을 살아왔고 여느 장애인들처럼 자신의 불편함을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우연찮게 시작한 댄스스포츠가 강씨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2007년 5월30일. 한국장애경제인인협회 제주지회에 근무하던 강씨에게 이날은 새로운 삶이 시작된 잊지 못할 날이다. 제주장애인댄스스포츠연맹에서 선수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반신반의하며 내민 도전장은 그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었다.

장애인 댄스스포츠의 저변이 넓지 않아 쉽게 얻은 '제주도 대표'라는 타이틀은 강씨에게 책임감과 의무감을 더했다.

하지만 끊임없이 연습하고, 대회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어 성취감을 맛보면서 강씨의 마음가짐도 변하게 된다.

연습 한 달만에 나간 울산광역시장배 댄스스포츠 대회에서 우연인지 필연인지 강씨는 쌈바 종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다.

당시로서는 전국적으로 선수층이 얇고, 그렇게 활성화된 시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쉽게 우승을 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2008년 10월에 열린 전국장애인체전에 제주도를 대표해 나가 파소도블레(스페인의 투우에서 유래되어 성난 황소와 투우사의 결투를 생생하게 묘사하는 독특한 행진곡 풍 댄스) 종목에서 금메달, 라틴5종에서 동메달을 땄을 때, 강씨는 그제서야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진정으로 느낄 수 있었다.

"아나운서가 1등을 발표했어요. '강성범·현선미'커플. 체전을 위해 1주일에 4일씩 강행군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갔죠. 1분30초를 위해 1년을 준비했는데, 이제까지 노력했다는 걸 인정받으니 희열감 같은게 느껴지더군요."

늦은 나이에 시작한 댄스스포츠 선수생활. 음악이 흘러나오면 선수인지라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많다.

"춤을 출 때 마냥 좋지만은 않죠. 선수라서 그런지 의무감 같은 것도 있고…. 김연아 선수도 엉덩방아 찧듯이 우리도 동작이 잘 안될때는 좌절감도 느껴요. 하지만 안되던 동작이 될 때 뭔가 가슴에서 뭉클함 같은게 느껴져요."

강씨는 세계적인 선수가 되는 것보다 음악과 어우러지며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그 춤의 진실됨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단다.

"선수가 된 만큼 그 춤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선수로서 일등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직은 춤을 느끼기에 많이 부족하거든요."

강씨는 무엇보다도 자신과 같은 장애인들이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더욱 활성화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처럼 취미생활 하는 것이 쉽지 않아요. 아직까지 시간적·공간적·비용적 제약이 많거든요. 댄스스포츠연맹이 환경적 조건을 많이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데, 저같은 사람들이 운동을 통해 생활의 활력소를 얻어갔으면 좋겠네요."

강씨는 오늘도 파트너 현선미(22·여)씨와 전국장애인체전을 목표로 휠체어에 몸을 맞긴 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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