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 사는 법](27)환경일꾼 강문수씨

[이 사람이 사는 법](27)환경일꾼 강문수씨
"자연 돌보는 일, 숙명인가 봐요"
  • 입력 : 2009. 07.25(토) 00:00
  • 표성준 기자 sjpyo@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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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덕면 감산리에서 농사를 지으며 환경운동을 벌이고 있는 강문수씨. 하수슬러지가 가득했던 창고천에 1급수에서만 산다는 버들치를 돌아오게 했다. /사진=강희만기자

심각한 오염 창고천 EM공법으로 1급수로 바꿔
사비 털어 친환경체험장 조성… 철새들 찾아와
당국 예산지원 끊겨… "하지만 멈출 순 없어요"


서귀포시 안덕면 감산리에 사는 58년 개띠 강문수씨는 2002년 즈음으로 기억한다. 창고천 바닥에 두께 30㎝는 족히 됨직한 하수슬러지가 쌓여 있었다. 나무로 저어봤더니 슬러지는 흐트러지지도 않은 채 뱀이 지나간 듯한 생채기만 징그럽게 남겼다. "하천 인근엔 악취가 진동했고 관광객은 커녕 주민들도 멀찌감치 돌아서 갔어요." 그리고 2009년 여름 이곳에선 1급수에서만 산다는 버들치와 플라나리아는 물론이고 어른 팔뚝보다 큰 붕어와 잉어를 만나는 일이 어렵지 않다.

강문수씨는 2003년 4월 뜻을 같이 하는 지역주민들과 함께 안덕환경사랑회를 창립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이 창고천 살리기.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EM공법을 사용했다. 쌀뜨물을 수거해 EM발효액을 만들어 창고천에 방류하는 것으로 방류 4개월째인 그해 여름 퇴적물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오염이 심해진 것으로 보였지만 가을이 되자 씻겨져 나가 바닥에 돌맹이와 모래가 보이기 시작했다. "미생물을 투입하니 발효돼 하수슬러지가 분해되기 시작한 것이죠. 기대 이상이었어요." 행정 당국도 관심을 보였다. 1년 뒤에는 당시 남제주군이 500만원을 지원해줘 방류량을 늘렸다. 안덕환경사랑회의 EM공법 미생물 활용 사례는 이제 '위키백과'에서 소개할 정도다.

자신이 생긴 그는 음식물자원화사업에 눈을 돌렸다. 서귀포시 동지역에서 나오는 음식물쓰레기는 이미 자원화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읍면지역은 쓰레기소각장에서 처리하고 있다. 행정 당국에 요청해 기계시설과 비닐하우스 등에 소요될 9000만원을 확보하고 지역 내 식당과 학교를 돌며 음식물쓰레기를 수거했다. "지역 농가에 여기에서 나온 퇴비를 무상 공급했더니 인기에요. 마늘은 알이 굵어지고 단단한데다 수확기까지 싱싱함을 유지할 정도로 생육에 도움을 주고 있어요."

그의 환경 운동은 더더욱 범위를 넓혀갔다. 그 자신이 친환경농사를 짓고 있는 창고천가에 습지를 조성했다.이미 많은 재산을 쏟아부었지만 다시 사비를 털어 1필지씩 사들였다. 트럭 180대분의 흙을 날라 나무와 꽃 등 300여종의 식물을 심고, 물을 끌어들여 참붕어와 버들치, 옆새우 치어를 방류했다. 지난해에는 습지에 철새들이 찾아와 알을 낳고 부화까지 했다.

하지만 EM 방류와 음식물자원화사업 모두 예산 지원이 끊겼다. 민간보조금 집행의 투명성을 위한 자부담 적용 규정에 발목이 잡혔다. 그러나 환경운동을 멈출 순 없다. 여전히 돈 들어갈 일만 남았지만 그가 조성한 환경체험장은 공짜다. "원래 나같은 사람 말고 돈 있는 사람이나 행정 당국에서 해야 하는데…. 아내가 착하단 말은 안해요." 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평생 농사를 지어온 그에게 환경운동은 어쩌면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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