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문예재단 건물 활용안 지금부터

[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문예재단 건물 활용안 지금부터
  • 입력 : 2010. 01.26(화)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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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총·민예총과 동거 1년째
문화시설 후속 입주 어려움
중기계획 맞물려 고민해야

제주의 이사철 풍습을 일컫는 '신구간'이 되면 문화동네도 덩달아 바빠진다. 임대료 걱정없이 한 곳에 정착할 수 있는 민간 문화예술단체나 개인이 흔치 않아서다. 이맘쯤이면 이삿짐을 꾸리는 문화계 사람들이 생겨난다.

제주문화예술재단도 몇년전까지 비슷한 처지였다. 2001년 제주시 이도 2동의 건물 일부를 임대해 개원한 데 이어 2006년 제주시 노형동으로 이사했다. 그러다 2008년말 문예회관 서쪽 이도1동의 건물을 사들이면서 '셋방살이'신세를 면하게 됐다.

지하1층 지상8층 규모의 이 건물엔 현재 문예재단 사무처, 문화재연구소, 회의실, 제주예총과 민예총 사무실 등 문화 관련 시설이 입주해있다. 제주예총과 민예총은 문예재단의 이사 시기에 맞춰 제주도 지원을 받아 입주했던 건입동의 건물을 떠나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언뜻보면 문예재단 빌딩에 지역의 이름있는 문화기관·단체가 들어서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 이미 예전의 건물주와 임대 계약한 상업시설 등 또다른 업체 4곳이 동거중이기 때문이다.

문예재단 주변엔 도내 대표적 문화공간이 몰려있다. 문예회관,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 제주영상미디어센터에다 삼성혈 같은 국가사적을 곁에 뒀다. 이같은 입주 여건을 감안해 지역 문화계 등과 연계한 사업을 기대한 이들도 있었다.

1년이 되었지만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인다. 새해들어 건물 바깥에 '제주문화예술재단'이란 큼지막한 간판을 단 게 변화라면 변화일까.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따라 기존 입주 업체의 계약을 일정기간 보장해줘야 하는 탓에 문예재단 건물은 당분간 지금처럼 공간 운용을 해야 한다.

이런 현실에서 문예재단측은 최근 건물 7~8층에 각각 두었던 사무처와 문화재연구소 사무실을 8층으로 합쳤다. 문화재연구소 사무실을 자료실로 교체할 경우 연1700여만원의 비용이 절약된다는 계산 등이 더해져 이루어진 일이다. 이렇게 아낀 예산은 문화재연구소 연구 사업 등에 쓰일 예정이라고 했다.

문화계에서는 문예재단 건물을 문화 관련 시설로 가동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이견이 없어보인다. 문예재단으로선 이제부터 장기적 건물 활용 계획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임대시설 수익료 포기에 따른 적자를 무엇으로 메울 것인지, 빈 공간이 생기면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탐색이 필요하다.

더불어 이 기회에 훗날을 내다보는 밑그림을 그렸으면 한다. 개원 이래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는 문예재단 중장기계획을 두고 하는 말이다. 내년이면 개원 10주년을 맞는다. 문예재단에 적지않은 정부 예술기금 지원 사업이 몰리고 있는 현실에서 제주지역의 문예재단은 도민의 문화적 삶을 높이기 위해 어떻게 변해야 할지 조직을 진단하고 중장기계획에 그 고민을 풀어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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