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떵살암수과]김상철 전 민예총 사무총장

[어떵살암수과]김상철 전 민예총 사무총장
"아트서커스 선보일 꿈꿔"
'문화계의 마당발'… 제주의 새로운 공연문화 구상
  • 입력 : 2010. 10.14(목)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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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민예총 사무총장을 지낸 김상철씨는 요즘 아트서커스 사업 추진에 열정을 쏟고 있다./사진=이승철기자

"문화계의 대단한 마당발이다. 그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김수열 시인의 말을 빌리자면, 그는 그런 사람이다. 문학, 미술, 음악, 무용 등 특정 장르에 몰입하며 창작활동을 벌여온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는 늘 문화판에 있었다. 1980년대 제주지역 문화운동의 출발점으로 평가받는 극단 '수눌음'의 마당극 기획을 맡았던 그는 이후 한국민예총, 제주민예총 창립에 관여하는 등 오래도록 문화동네를 지켰다.

김상철(59) 전 제주민예총 회장은 종종 이름 앞뒤를 바꾼 '철상'으로 불린다. "인생을 거꾸로 살아서 그렇게 부르는 것 같다"며 웃는 그는 제주민예총 사무처장과 회장을 지냈고 소설가 황석영씨가 한국민예총 회장을 맡았던 2004년엔 사무총장으로 임명돼 서울로 향했다. 제주영상위원회 이사, 제주도문화예술진흥위원,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실무위원 등을 거치며 문화계 안팎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쳐온 그다.

민예총 사무총장을 그만둔 뒤에도 서울에 눌러살까 생각했던 그는 어느날 고향 제주로 향한다. 5년전 쯤이었다. 무엇이 그의 발길을 돌리게 만들었을까.

"서커스였다. '태양의 서커스'말이다. 제주에 서커스 공연장을 짓고 새로운 문화를 보여주고 싶었다. '태양의 서커스'같은 작품이 제주에 있었으면 했다."

캐나다가 자랑스레 내세우는 공연단 '태양의 서커스'는 내리막길로 향하던 서커스의 개념을 뒤바꿔놓은, 세계 공연계의 블루오션으로 통한다. 만일 미국, 일본, 홍콩 등에서 '태양의 서커스'가 공연된다면 그것은 오직 거기서만 만날 수 있는 단 하나의 작품이다. 그만큼 생명력있는 무대를 빚어내는 것으로 이름이 나있다.

'태양의 서커스' 연출자 등 경력자가 참여하는 아트서커스 전용극장이 제주에 들어선다는 소식은 지난해 몇몇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그는 현재 아트서커스 전용극장 사업을 벌이고 있는 쇼웨이브엔터테인먼트 이사로 있다. 제주지역 총괄본부장을 맡아 제주도의 이름을 알릴 새로운 문화상품으로 공연예술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행보를 지속해왔다. 암 수술로 한동안 사업 추진에 집중하지 못했지만 이르면 연말쯤 구체적 계획이 나올 예정이라고 했다.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지난 몇년간 투자자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아트서커스에 제주의 신화 등을 담아낼 계획인데, 작품이 공개되면 앞으로 제주의 자부심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그는 투병생활 이후 몸을 추스르며 공연장을 찾는 일이 많아졌다. 그만큼 걱정도 늘었다. 관람객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서다. 제주에 정착하는 예술가들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문화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 반면 제주문화의 정체성에 대한 문화계의 고민은 부족한 것 같다는 말도 했다. "아트서커스가 제주문화에 새로운 자극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에게 "어떵 살암수과"라고 물었을 때 결론처럼 되돌아온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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